군대를 전역하고 복학한 첫 해, 군대 가기전 철 없는 빔바(지금도 철없지만 ㅋ)가 망쳐놓은 학점을 복구하기 위해 전공수업도 많이 듣고, 삶의 활기를 위해 교양 수업도 많이 듣던 시절이 있었다. 한 때 국문학과에 가고 싶을 정도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인데 생각해보니 그 전까지 문학과 관련된 수업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2013년 2학기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수업을 들었다.
사실 이 수업에 큰 기대는 없었다. 사실 이때쯤 한창 논리학과 과학적 방법론에 빠져 문학에 그닥 흥미가 없기도 했고, 한참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간 이후 ~란 무엇인가 시리즈 수업이 대학가에 성행하던 시절이었기에, 이 수업의 질이 그리 좋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수업은 기대 이상이었다. 수업을 맡아주셨던 국문학과 문혜원 교수님은 저명한 문학 비평가로, 문학을 감상함에 있어 논리적인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내가 어떤 감상을 느꼈다면, 자명하든 그렇지 않든 나만의 근거가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논리에 점철되어 문학의 본질을 잊지 않으시고, 논리가 없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 해설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셨다. 논리적인 글은 중간은 가지만 감성적인 글은 복불복인데, 그 중에 천금같은 글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신념 뿐만 아니라 수업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100여명이 듣는 강의었지만 최대한 수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수업 중엔 여러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뒤 답을 닫고,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나오면 갑작스럽게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으며, 질문을 하거나 어떤 질문에 답을 했을 때 그것이 흥미로웠다면 즉석으로 과제를 내주시기도 했다(나는 질문이 상당히 많은 학생이어서 과제를 많이 받았다...).
학교 인터넷 클래스에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시고, 그곳에서 과제로 한 사람이 문학작품에 대한 감상을 올리면 댓글로 토론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것 때문에 가끔 격렬한 논쟁, 소위 말하는 "키보드 배틀"이라는 것도 간간히 벌어지기도 했다. 평소 인터넷으로 논쟁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땐 점수가 걸려있기도 했고 옛날에 마음에 품었던 문학청년의 감성이 되살아나며 나의 감상을 타당화 하기 위한 논쟁을 즐겁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여튼 사설이 길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문학 당의설에 대한 것이다. 5년전의 기억을 어렴풋이 더듬어봐 이 용어의 뜻을 떠올려본다.
문학 당의설이란 말을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문학에 설탕옷을 입힌다'라는 뜻이다. 이 뜻풀이를 보고 혹시 깨달음을 얻으신 분들이 있으신지?
지금은 그 지위가 많이 상실되었지만, 몇십년전만 해도 문학이란 것은 일종의 "사상 전파"와 "계몽"의 도구였다. 인쇄술이 보급된 이후 책이라는 수단은 가장 빠른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내용을 전파할 수 있는 최고의 효율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이러한 엄숙한 책임을 등에 지고 있어서 그런지, 한없이 무겁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았다. 소위 지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그런 책들이 읽기 어려운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그러다 보니 사실상 나처럼 못 배운 민중들은 난해한 문학작품들을 읽기 어려워서, 사상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책을 집어던지거나 불사르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정작 이미 잘 배운 지식인 계층만이 이러한 지식과 사상들을 받아들이고, 다시 지식을 재생산하는 지식의 빈익빈 부익부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문단의 어떠한 사람들은 문학 당의설이란 것을 주장했다. 이것을 해석해보면, 문학이란 것이 아무리 좋은 말을 하고 있어도 그것이 달지 않고 쓰기만 해선 사람들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이왕 좋은 얘기 하는거 쉽고 재밌게 써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지 않은가?
"문학 당의설"이란 이름을 갖고 있지만, 문학이란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도 충분히 말이 된다. 예를 들면, 아무리 좋은 다큐멘터리여도 너무 재미가 없다면 사람들이 보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좋은 캠페인이어도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면 그것은 세금 낭비가 될 수 있다.
이곳은 스팀잇이니 스팀잇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스팀잇에 수 많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 중에는 아주 쉬운 글도 있고, 매우 난해한 글들도 있다. 특히나 가상화폐나 블록체인과 관련된 글들에서는 나 같은 개복치들은 나자빠지기 일수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쓴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글에 공감해주며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더 좋다면 보팅도 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
이러한 글쓰기의 귀감이 되는 스티미언 중 하나는 @twinbraid님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읽다보면 생각보다 어렵지만, 일단 아주 재미있게 설명해주시기 때문에 나 같은 개복치들도 일단 흥미를 가지고 글을 읽게 된다.
@twinbraid님의 성공(?)을 본다면, 스팀잇 글에 설탕옷을 입히는 것이 꽤나 보상에 있어서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거창하게 써두긴 했지만, 이 글도 설탕옷을 입는데엔 실패한 듯 하다. 뭐 사실 쉽고 재미있게 글을 쓴다는게 말이 쉽지 어디 쉬운가? 예전에 써둔 글에도 밝혔듯이 아끼면 똥되는 것이다. ([빔바의 스팀잇 칼럼] 뭐라도 쓰자. 아끼다 똥된다! - 양질의 정성들인 글에 대한 압박감 버리기... 스팀잇은 자기 표현의 장이다.)
죽이되든 밥이되든 뭐라도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