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언가 시작한게 너무 힘들다. 집에 도착하면 뻗어버리고, 멍하니 있다 다음날까지 해야할 과제와 암기를 급하게 시작하고 새벽에 잠이 들어 새벽에 일어난다.
오늘도 그랬다. 사람이 또 급하면 급한대로 한다고 말도안되는 시간 내에 후다닥 외울 것은 외우고 할 것은 해서 하루를 모면하지만, 모든 일이 끝나고 조금씩 부족했던 부분이 보이면 자괴감이 들곤 한다.
'내가 어제 몇시간씩 멍때리지만 않았어도 더 잘 했을 텐데... 할 일을 제 때 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까?'
별 것 한 것 같지 않은데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길, 익숙한 상호명인 피자마루가 보였다. 오늘은 가볍게 외식을 하려 했으나, 나의 고통과 분노가 짭짤한 피자 냄새에 이끌려버렸다.
촌시러운 포장지가 뭔가 정감이 간다. 피자마루 피자를 먹어본 적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광고는 엄청나게 봤는데... 여튼 빨리 먹어야하니 뚜껑을 열어본다.
페퍼로니 피자의 아름다운 자태가 나타난다. 난 다른 피자들보다도 페퍼로니 피자가 제일 좋다. 빵과 치즈와 페퍼로니. 마치 수학 공식처럼 단순하지만 필요한 것들만 모여있다. 따끈한 페퍼로니 피자를 한 입 베어무니 페퍼로니의 짠맛과 치즈의 기름진 맛, 빵의 딱딱하게 씹히는 느낌이 어우러지며 앙상블을 이룬다.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와 근심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다.
피자를 먹고 30분 잔다는 것이 4시간을 자버렸다... 나의 하루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오늘은 뭔가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