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상하게 병원이 바빠졌다. 정신 없이 일을 하는 와중에 외래에서 연락이 왔다.
"노조에서 노동절 선물이 나왔으니 카 갖고 오세요."
처음에 카를 칼로 들어 뭐 잘라 먹는 과일이라도 나왔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쓰는 구루마(?)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니, 카트를 끌고 갈 정도로 엄청난 선물을 준단 말이야!? 그리고 노조 가입도 안했는데 전 직원에게 모두 선물을 주다니... 자비로운 곳이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선물을 받으러 갔더니 그 곳엔 어마어마한 크기의 박스들이 쌓여있었다. 알고보니 한 박스에 두명 분의 선물이 있던 것. 기대에 찬 마음에 사무실로 짐을 옮기고 큰 박스를 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런 박스 2개가 들어있었다.
오호... 이번 노동절이 128회째라니 신기하다. 128회라면 128년 전부터 있었다는 것인데, 대충 느낌상 영국의 산업혁명 시절에 생겼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옛 조상(?)들이 열심히 투쟁해 노동권이 개선되어 그나마 살만한 세상이 되었다는 것에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아직 까지도 하루 3시간씩 자며 주말에도 일을 하고 있으나, 야근 수당 및 주말 출근 수당을 받지 못한 채 최저의 월급을 받고 있는 걸 보면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나는 그나마 노동절에 쉬기라도 하지, 친구들 중 대부분은 노동절에도 노동을 하러 간다.
여튼 중요한 것은, 노동절 기념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언제나 공짜 물품은 옳다. 낑낑대며 몇십분 간 박스를 들고 집에 왔다. 묵직한 무게감에 마음이 설레며 뚜껑을 까보았다.
흠... 그렇군. 생각보단 실망했다. 사실 생필품 같은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난 생필품보단 먹을게 더 좋다 ㅎㅎ 그래도 이렇게 생필품이 잔뜩 쌓여있으니 한 동안 돈은 굳었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노동절 때 만큼은 조금이라도 세상이 노동자들이 살기 좋아 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