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회만큼이나 온도가 중요한 음식은 드물다. 해동이 덜되서 너무 꽝꽝 얼어 있으면 참치회에 혀가 달라붙는 낭패를 보기도 하고 입에 넣었을때 차갑다! 라는 느낌말곤 아무런 맛도 느낌도 느낄 수 없다. 그렇다고 너무 녹아버리면 흐물텅하고 살짝 비릿한 느낌이 들어버린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온도는 평양냉면 육수정도의 차가움인데, 대충 얼음이 얼기직전의 온도랄까? 입에 넣었을때 쨍! 한 차가움은 아니지만 입안이 시원해지면서도 씹기시작하면 차가운 느낌은 사라지고 담백하고 기름진 고소한 맛이 입안을 스쳐지나간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조미료를 더 넣은것도 아니고, 조리법이 다른것도 아니고 고작 온도, 그것도 몇도 안되는 그 온도 차이로 맛이 달라질 수 있다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치집 실장님들은 참 대단하신거다. 바에 앉은 손님들의 대화상대도 해주시면서 적당한 해동의 포인트를 찾아내시니 말이다.
어쩌다 연인과 트러블이 생겼을때 적당한 해동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참치집 실장님의 센스를 발휘해보면 어떨까? 나의 경우 연인과 다툴일이 생기면 상대에게 이야기를 할때 말의 온도를 꽤나 세심히 신경을 쓰는 편이다.
솔직한 심정으론 최대한 차갑게 이야길 하며 기선 제압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랬다간 상대가 상처가 될 수도 있고, 다투게된 원인은 사라지고 감정싸움만 남을 수가 있다. 그렇다고 "뭐 그럴 수도 있지..."하고 꾹 참거나 "자기야~ 내가 다 잘못했어... 많이 화났어요? 자기야 풀어요~"라고 애교스럽게 말을 하기엔 내가 불편하기도 하지만 상대 입장에서도 어색하고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고심끝에 결정한 방법은 맛있는 참치회 온도다. 살짝 차가울 수 있겠지만 단호하되,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을 수 있는 정도의 온도. 상대가 내게 화를 내든, 나를 불편하게 만들때 상대를 바라보며 입술은 앙다물어도 눈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얘기하니까 내가 말하기가 좀 불편하잖아~ 천천히 얘기해보자~ 응?"이라고 이야길 한다. (될 수 있으면 손도 꼭 잡고)
물론 그렇다고 단박에 "어맛!? 오빠! 지금 맛있는 참치회 온도로 얘기해주는거야~?"라며 분위기가 반전되는건 아니다. 처음엔 내가 세심히 온도를 신경쓰며 이야길 하든 말든 상대는 자신의 감정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맛있는 참치회 온도를 신경쓰며 손님을 접대하는 참치집 실장님의 마인드로 이야길 하다보면 자연히 과도한 감정은 잦아들고 오해와 생각의 차이가 조금씩 작아지기 마련이다.
맛있는 참치회 온도로 이야기를 해서 문제가 해결된건 아니다. 다만 상대도 나름의 논리로 흥분을 하고 나를 비난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꾸준히 말의 온도를 신경쓰며 이야길 해준다는 것을 느끼니 자연히 감정을 거두고 본인도 조금 이성적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가 나를 위해 세심히 신경을 써준다고 느낄때 고마움과 감동을 받기 마련이다. 내가 맛있는 참치회 온도를 찾아 주시는 참치집 실장님들께 감사함을 느끼는것처럼 내가 상대를 위해 맛있는 참치회 온도로 이야기 하기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쓰면 상대도 나의 노력에 고마움과 감동을 받는 것은 아닐까?
| 맛있는 참치회 온도를 찾듯이 연애다툼을 할때도 세심히 알맞은 온도를 찾아보자. 온도를 찾는것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아도 상대 입장에서 배려를 받는 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금새 불필요한 감정들이 녹을 것이고 대화는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를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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