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연애] 짜장면과 어장관리
지난 일요일 전날의 숙취로 방바닥을 기어다니다가 만들어먹기도 귀찮아서 짜장면 세트를 주문했다. 달콤 짭짤한 짜장면을 한입 후루룩 흡입하고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서 탕수육을 집어들어 달큰한 소스에 푹 찍어 먹고 나면 입안에 살짝 느끼함이 남는데 이땐 펩시콜라 한모금이면 완벽하게 마무리가 된다. (이때 남은 탕수육은 저녁 술안주가 된다...)
그렇게 해장을 하고 누워서 입안에 남은 짜장면의 맛을 음미하고 있을즈음 문득 2000년대 후반에 있었던 짜장면과 자장면 논쟁이 떠올랐다. 나는 소싯적부터 짜장면이라고 알고 지냈는데 알고 보니 짜장면은 표준어가 아니고 자장면이 표준어라는거다!
이 별것 아닌 논쟁은 당시 SBS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었는데 당시 지인들 사이에도 짜장면이 짜장면이지 자장면이 뭐야! 라는 녀석들과 나도 짜장면인줄 알았지만 표준어가 자장면이라니 그것을 따르는게 옳다는 녀석들로 나뉘어 쓸데없는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결국 수많은 논쟁끝에 이제 짜장면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이 되어 논란이 끝이 나긴 했는데... 사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이렇게 생산성없는 논쟁은 아마 다시는 없을 듯하다. 짜장면이든 자장면이든 무엇이면 어떠한가? 결국 맛있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연애에서도 자장면과 짜장면의 논쟁같은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논쟁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썸과 어장관리의 구분이다.
많은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어떤 사람과 요새 자주 연락을 주고 받고 저번에는 영화도 보고 술도 한잔 하기도 했는데 이게 무슨 관계냐는 거다. 혹시 썸이 아니라 상대에게 어장관리를 당하고 있는것 아니냐는 건데...
그러면 나는 묻는다. 썸이면 어떻고 어장관리면 또 어떻냐고 둘다 어차피 상대가 나쁘지는 않지만 당장 고백하고 사귀기는 좀 뭐한 관계일 뿐아니냐고 말이다. 대게 나의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방은 마치 신성모독이라도 한것마냥 내게 열변을 토한다.
"아니! 사귈마음도 없으면서 어장관리하는건 사람을 가지고 노는것 아닌가욧!?"
그러면 나는 살짝 지친기색을 보이며 말한다.
"사람을 가지고 놀아요? 어떻게요? 상대가 본인에게 잘해주면서 돈좀 빌려달라던가요? 아니면 자기 대신 집청소좀 해달라고 해요? 그리고 사람을 가지고 놀아봤어요? 어떻게 가지고 노는건데요? 그렇게 하면 재미있어요? 전혀 마음도 없는데 상대를 가지고 놀기위해서 아까운 시간쓰고 만나는데 돈도쓰고... 와... 난 그럴거면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잘것 같은데..."
사실 어장관리를 당하는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조금 불편한 말이 되겠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썸이든 어장관리든 용어만 다르지 결국은 애매한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호감을 주고 받는 것일뿐이다. 이게 무슨 문제일까...?
차분히 생각해보자. 당신이 처한 상황이 어장관리라 쳐보자. (어장관리 당한사람은 많은데 이상하게 자기가 어장관리를 해서 이득봤다는 사람은 왜 없을까?) 그 관계를 통해 당신이 손해를 보는 것은 무엇이며 상대가 이득을 얻는것은 무엇인가? 정말 그런게 있긴하나?
당신이 어장관리를 당하는것 같다며 불쾌한 기분이 드는건 결코 애매한 상대방의 행동 때문이 아니다. 이왕이면 상대를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까 속이 상하고 짜증이 나는것일 뿐이다. 게임하다가 자꾸 같은 스테이지에서 죽어버려서 짜증나는거랑 비슷하게 말이다.
바쁜 스티미언들을 위한 요약
| 짜장면이든 자장면이든 맛있으면 그만인것처럼, 썸이든 어장관리든 결국엔 당신이 그 관계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으면 그만이다. 그 관계가 즐겁지 않다면? 짜장면이 든 자장면이든 맛이 없으면 앞으로 시키지 않으면 그만이고 썸이든 어장관리든 즐겁지 않다면 괜한 논쟁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관계를 끊어버리면 그만이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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