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었던 시절,
나는 문득 세상을 둘러본 곳이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몇 가지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친구 녀석이 유럽 배낭여행을 했다는 것을 떠올렸고
나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기에 날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단 3일 만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날아갔다.
첫 날은 비행기도 놓치고 일정이 엉망이 되었고,
둘째날 겨우 로마에 도착했다. 3일~4일까지는 베네치아를 거쳐
5~7일까지는 밀라노를 돌아봤다.
8일부터 시작했던 파리여행.
나는 몇 일간의 삽질을 거쳐
루브르 박물관을 가게 되었다.
사실은 갈 생각도 없었는데
일정이 남아서 가게 된 것이었다.
박물관에 개코도 뭐가 볼 것이 있겄느냐 하는 생각으로
한 번 웃고 가겠다. 는 생각으로
정말 가볍게 들렀던 것이 내 인생을 바꿔놨다.
처음에는 작품이나 전시물들에 그다지 감흥을 받지 못했다.
이런 것들이 참 많이 있구나. 뭐 이런 것까지 있지.
그런 생각으로 그냥 돌아봤다.
두번째로 돌아본 곳부터는 질리기 시작했다. 종교 빼고 할 말이 뭘까.
그런데 그 이후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그림과 작품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
혼을 다해서 그린 작품이란 것이라서 그랬을까.
어느 순간 나는 빨려들어가듯이 작품보기에 몰입했고
그 거대한 루브르 전체를 보기 위해서 점심도 저녁도 먹지 않고
뛰어다니면서 실성한 사람처럼 눈을 두리번 거렸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관점을
어떻게 이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보면 볼수록 경악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후 6시경 루브르 관람 종료라는 소리를 듣고는
몸이 거의 탈진할 지경이 되었다.
정말 모든 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축늘어진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뒤통수가 근질거려서 뒤를 돌아보니
루브르 박물관이 거인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손가닥을 까닥거리며
내게 덤벼보라. 고 손짓했다.
그 순간 내가 살아온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5년간 죽을 힘을 다해서 일만 해온 내 인생.
수없는 혁신과 대회 우승을 이뤘지만
그토록 많은 것들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대표작을 루브르박물관 쓰레기통 옆에도 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내 인생이 끝나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온 것일까?
그런 생각이 나의 뇌를 강렬하게 파고 들었고
결국에는 사표를 던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도 무엇인가 멋진 것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
나도 무엇인가 멋진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것으로 세계를 바꾸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든다.
좋은 작품이란
적당한 것과 타협하지 않는 나의 영혼이자,
세상에 빛을 더하기 위해 남기고 싶은
나의 유산이다.
혼을 담은 나의 작품을
나의 빛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이 생각나서
또 화가나기 시작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