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여정을 거쳐 드디어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처음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했죠.
마블이 그려내는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 홈커밍입니다.
기존의 토비 맥과이어 버전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이나
앤드루 가필드 버전(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스파이더맨의 나이를 고교생부터 시작해 올라갔는데,
여기선 중학생이 되었군요.
작중 언급으로 봐선 15세인 모양입니다.
영화는 그동안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달리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이 되는 과정은 생략하고,
신비한 능력을 갖게 된 피터 파커의 학교생활과
히어로로서, 또 인간으로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다룹니다.
<호그와트 아니고 미드타운인데여 >
줄거리는 생략하고
장단점 위주의 감상만 바로 요약하겠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 많으니
스포일러성 리뷰는 피하는 게 좋겠지요.
+스파이더맨의 찌질함을 잘 가져왔다.
과보호하는 숙모, 학교에서는 인기없는 너드.
절친과 같이 하는 취미생활은 데스스타 레고 조립하기.
인기있고 싶고, 관심받고 싶지만
그러기엔 스파이더맨이 아닌 피터 파커만으론 너무 못나보이는 자신.
Radiohead의 Creep을 주제가로 써도 좋을만한 느낌.
솔직히 어스파의 앤드류 가필드는 너무 훈훈해서
토비 맥과이어같은 너드 정서가 좀 모자란 게 아쉬웠는데,
홈커밍에서는 이런 부분을 잘 살렸습니다.
<....토비가 너드느낌 하나는 진국이었죠>
중간중간 입고 나오는 티셔츠들에 프린팅된
개그들을 감상하는 것도 포인트.
아, 너드답게 공대개그도 섞여있습니다(....)
<제가 설명하면 재미없어요.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고. 진짜에요.>
+ 인간적 갈등과 내면적인 성장과정을 그린다
DC의 히어로들의 다수가 현대로 오면서 매력을 잃고,
마블 히어로들이 어필할 기회를 얻은 큰 이유로 보는 게
'인간성의 유무'입니다.
초월자에 가까운 슈퍼맨,
신의 딸 원더우먼으로 대표되는 DC의 히어로.
이미 완성되어 있는 절대자들의 고뇌는
지어내기도, 이해하기도, 이입하기도 힘듭니다.
<뜻밖의 패드립.jpg>
착하고 항상 옳은 자들이 악인을 벌하는 진행.
히어로물의 시작은 이게 옳았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 전개가 설득력을 잃고,
우리는 더 리얼하고 사람냄새나는
입체감 있는 히어로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의 캡틴 아메리카가
국가의 명령과 자신의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은
그래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직 인격적으로도, 히어로서로의 역량으로도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스파이더맨이
일종의 진통을 겪으며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은
지켜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보스와의 갈등도
의외로 현실적이고 삶과 맞닿은 부분들이 갈등요소가 됩니다.
-내려간 긴장단계
그전까지 MCU의 긴장단계는 계속해서 올라갔습니다.
시작은 그냥 나쁜 과학자에 맞서는 정도였지만
히어로들이 모일 수록 거기에 필적하는 스케일의 적이 필요했기에
치타우리 외계인과 로키에 맞서고(어벤저스 1),
뮤턴트와 세계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에 맞서고(어벤저스 2),
어벤저스 내부를 잠식한 악과 맞서 싸우고(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그러다가 갑자기 이번 악당은 스케일이 확 내려갑니다.
이번작의 메인빌런 '벌쳐'는 영화소개 페이지에서는
'세상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이라고 하지만
영화를 잘 따라가보면 사실 그 급수에는 못 들어갑니다.
까놓고, 외계인이 남기고 간 잔해를 수거해다가
불법무기를 만들어 먹고사는 생계형 악당(...)에 가깝습니다.
거기다가 바쁘다곤 하지만 아이언맨이 지원 가능한 포지션으로
스파이더맨 뒤에 서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저 유모차엔 스파이디가 있는게 분명해>
여차하면 더 강하고 힘센 히어로가 날아와줄텐데,
스파이디는 뭐하러 여기서 이 고생을 하나?
뭐, 잘 안돼도 수습해주겠지.
저도 모르게 이런 마음을 갖고 보니까
대립 자체의 긴장도는 좀 아쉬웠습니다.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은 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만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투덜거리지만
기본 이상을 하는 영화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이게 마블의 저력이겠지요.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의 유쾌한 일상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아, 쿠키영상은 두 개 나옵니다.
둘 다 보시려면 인내심이 필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