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속해있는 극단에서 이번에 낭독극 공연을 하게 되어
응원 겸 감상 겸 해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낭독극이라는 장르가 좀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요,
낭독극은 대본을 펴놓은 채로 진행하는 연극입니다.
어떻게 보면 공연연습 때 하는 대본리딩 같은 느낌도 있고,
또 다르게 보면 성우들이 녹음작업을 하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특이한 점은 '입체'낭독극이라는 점인데
다양한 소품이나 의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적이기 쉬운 낭독극에도 액팅이 들어갈 여지를
다양하게 제공해 주었다는 점입니다.
이 공연은 신기하게도 두 팀이 한 공연장을 함께 사용해
각 40여분의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한 번에 이어서 이루어졌습니다.
자, 그럼 천천히 리뷰를 해 보겠습니다.
극단 '맞장구'는 은평구민들로 이루어진 극단입니다.
'은평은 봄이다'라는 제목을 통해서
은평구가 가진 훈훈함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과,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 마음처럼 이 공연도 구민들의 삶을 기반으로,
극적인 각색을 통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은평구에서 오랜 시간 터를 지켜온 시장이 있습니다.
그 시장의 터줏대감 할머니.
수많은 사람을 봐 왔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온 할머니의 입을 빌려
동네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이야기합니다.
정육점 아저씨와 반찬가게 아주머니의 사랑 이야기,
역경의 끝에서 할매의 온정으로 보증금 없이 가게를 얻은 옷가게 아주머니 이야기,
사이나쁜 이웃들이 한가족처럼 정을 붙여나가는 이야기.
때로는 흐뭇하고, 때로는 웃음나오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은평구민들의 다양한 사연들을 각색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마지막에는 정육점 아저씨와 반찬가게 아주머니의 결혼장면이 나오며
모두의 축하 속에 극이 마무리됩니다.
'시민 예술축전'의 특성상, 프로배우의 공연이 아니기 때문에
기대치를 높게 잡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낭독극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극본을 보지 않고 무대에 나서 적극적으로 액팅하시는 모습도 보여주셨고,
실제로 자신이 겪었던 삶의 일부분을 연기하는 듯한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몰입이 되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할매의 경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진행자의 역할을 맡는 동시에
여러 이야기들에서 주요 배우로 참여하기도 하셨는데,
푸근하면서 털털한 성격이 잘 드러나는 점이 좋았습니다.
SF 스타일의 작품 중에서도 유명하지요.
아주 두꺼ㅡ운 원본(종이책으로 5권 분량) 소설도 있고,
영화화도 된 작품입니다.
원체 방대한 내용이다보니 극본에 맞게 각색이 이루어졌는데,
요약하자면 삶, 우주, 그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찾는
우주대통령 자포드 비블브락스와 그 냉소적인(...)동료들의 모험담입니다.
먼 옛날, 세상 모든것의 답을 알고자 외계인 푸크와 렁퀄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엄청난 연산력의 컴퓨터에게 시켜 750만년의 연산을 시켰습니다.
그 끝에 나온 답은 '42'. 왜 42냐고 묻는 이들에게 컴퓨터는
'답은 맞다. 너희들이 스스로가 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
이라고 말하며 그 질문을 이해하게 할 방법을 연산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를 위한 고성능 처리 컴퓨터를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인덱스명 '지구'
하지만 이 지구는 천만년의 연산이 끝나기 직전에
우주 고속도로를 내기 위한 우주개발공사의 철거우주선에 의해 박살나고,
우주를 떠도는 히치하이커 포드 프리펙트는 지구가 박살나는 순간
아서 덴트와 함께 자포드의 우주선에 히치하이킹 합니다.
하지만 천만년의 기다림이 물거품이 된 푸크와 렁퀄은
지구의 정보를 가장 마지막까지 보유하고 있었던
'최후의 지구인' 아서 덴트를 추적합니다.
여러 위기 속에서도 자포드와 일행은 이들을 뿌리치고,
우주에 준비된 지구의 '백업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우주선을 지구로 향하며 끝맺습니다.
SF장르의 특성상, 그리고 그 중에서도 히치하이커의 특성상
아주 어렵고 복잡하고 길고 난해한 용어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였습니다.
적극적인 소품, 음향, 조명을 통해서 상황을 전달하면서
히치하이커 특유의 시니컬한 개그를 살린 점이 좋았습니다.
배우들의 실명을 캐릭터명에 넣었던 시도나,
중간중간 상황에 맞게 로컬라이즈된 부분들도 인상깊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다 그렇습니다.
잘 하고 싶고, 잘 하려고 하지만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공연을 지켜보며
한 편의 작품을 무대 위에 올리기 위해
공연팀이 했을 노력이 보여 참 즐거웠습니다.
프로든 아마추어든 각자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는 일인데
자신의 즐거움을 찾고, 그 결과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연극을 즐길 수록,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더 많은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공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밌는 공연이었고, 즐겁게 보았습니다.
낭독극도 언젠가, 기회가 난다면 참여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