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글을 쓴다는 것

ucba(50)
Published in
#kr
Words
396
Reading
2 min
Listen
Play
9y

지금껏 스팀잇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보름이 좀 넘었군요.
이제 한 20일 정도 글을 쓰면서 느낀 생각들을 적어봅니다.
대체로는 투정 아닌 투정이군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해
한밤중에 뻘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양질의 컨텐츠가 아니면 쓰지 말아야 할 것 같은 기분

기본적으로는 블로깅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면서 들어왔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덤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나름 생산적인(?)마인드로 시작한 스팀잇인데,
막상 글을 쓰다보면 그렇지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뭔가 유익하거나 고도로 전문적인 글이 아니면
보팅을 받을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더 의미있는 소재가 아니면 함부로 글을 쓰기가 싫어집니다.
수익은 덤이고, 편하게 글을 쓰는 플랫폼으로 생각하고 들어왔건만,
수익이 얽히고 보니 '날로 먹으려는 사람'으로는 보이기 싫고...
뭔가를 할 때 '오늘은 이걸로 포스팅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는 자신을 돌아볼 때면
일상을 담으려고 포스팅하는게 아니라,
포스팅을 위해 일상을 살고있는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주객전도...?>

2. 하루에 한 번은 리워드를 받고싶어

정작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소재를 찾아다니고,
빈 칸을 메워서 뭔가를 만들어내는건
리워드가 오지 않는 날의 심심함(?)에서 기인합니다.
쓸 때는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쓰는데,
리워드를 받는 순간은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월급날마다 즐거운 직장생활(...)같은 기분.
오늘 안 쓰면 일주일 뒤의 하루는 리워드가 없겠구나 싶어서
무슨 이야기를 써야할지 생각을 짜냅니다.


<할 말이 없을때는 할 말이 없는것에 대해 쓴다>

3. 스스로의 만족보다 업보팅에 집착하는 나

다들 나름의 이유로 스팀잇을 시작하셨겠지만,
저는 솔직히 돈을 보고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광풍을 보면서
이미 끼어들기엔 늦은 시장인데다가
채굴에 대한 지식도, 투자할 자본도 없는 상태에서
가벼운 수준의 컨텐츠를 생산하면서
수익이 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이 곳에 뛰어들고 보니
규칙이 있는 곳에는 반칙이 존재합니다.
좋은 컨텐츠 => 좋은 보상이 아니라
좋은 컨텐츠 => 높은 업보팅 => 좋은 보상이라는 구조 때문에
때로는 좋은 컨텐츠를 작성하신 분들보다도
고래와 친하거나 팔로워가 많은 분들이
높은 업보팅을 받고 좋은 수익을 챙겨가는 경우도 보입니다.
장기적으로 파이가 커지면 자정될까?
공정하게 내가 내 몫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저 즐거움으로 글을 쓰자고 스스로를 속이고 들어왔지만,
실제로 글을 쓰고 보상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이미 여기에 묶여 있음을 느낍니다.

*

결론적으로 스팀잇에 글을 쓴다는 것이
시작할 때 생각했던 것 만큼
가벼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내가 보상에 매여있다는 점.
금전에 초연하면 문제가 없는데,
그럴거라면 스팀잇으로 오지도 않았을 것 같고..

스팀잇은 여전히 저에게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밌게 꾸려 보여드리려고
여러가지로 노력해볼 생각입니다만,
취미로, 즐기면서 쓰려고 했던 처음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되살리지 못하면
저 스스로가 압박감에 나가떨어지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심리학적으로도 보상을 지급하면
오히려 내재적 동기를 갉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그 상황에 얽힌건 아닌가도 생각해 봅니다.
스티머 여러분들은 이런 무기력에 붙들리지 않고
즐거운 스팀라이프를 즐기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