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머물던 트빌리시가 아닌 설산이 보이는 카즈베기 산아래에 여행을 떠나 왔습니다. 1년간 2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다녔는데, 고작 한 달 쉬었다고 한 몸처럼 메고 다니던 배낭이 낯설게 느껴지네요. 큰 배낭도 아닌 고작 작은 배낭인데 말이죠. 미니 버스를 타고 4시간이 넘는 고불길을 지나 오는 내내 창 밖은 푸른 대지와 뛰노는 양과 어우러지는 멋진 설산이 펼쳐져 있었지만 저는 덜컹거리는 버스 뒷자리가 불편하다는 생각만 한 것 같아요. 여행이 좋아서 배낭을 메고 떠났던 나인데, 난 이제 여행이 주는 즐거움보다 불편함을 토로하는 그런 형편없는 사람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그런 우울한 생각에 어깨가 움츠러들었습니다.
숙소에 와서 따뜻한 홍차를 한 잔 마시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오늘 날씨가 유난히 흐렸고, 비가 몇방울 떨어졌고, 저녁으로 간 식당이 비싸서 잠시 우울해서 잠시 여행이 싫어진거라 착각한거라고. 내일 다시 해가 떠오르고 흐렸던 하늘이 개어지면 나는 또 다시 웃으며 배낭을 메고 길을 걸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함께 여행온 친구들과 홍차를 한 잔 더 마십니다.
팔팔 끓었던 홍차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차가워지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가끔씩은 식어버릴 때가 있죠. 오늘의 제가 식어버린 여행의 마음을 맞닥뜨린 날처럼요. 특별하거나 중한 이유가 없이도 그런 날은 찾아 오는 것 같아요. 매일 답을 찾으려 뛰어다니는 하루만 있으면 너무 피곤하니까, 오늘은 그냥 이렇게 식어버린 하루가 흘러가도록 두어요. 가끔은 그래도 괜찮잖아요.
글/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