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에 관한 글 이후 매우 즐겁게 올림픽을 즐기고 있다. Korea Team 화이팅! 그런데 한편으로는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2018. 2. 25. 평창올림픽 폐회식 이후의 한반도 정세는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종합 몇 위에 오를 것인가에 대한 예측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 철회 뉴스부터 심상치 않았다. 빅터 차 교수의 주한 미국대사의 지명은 거의 확실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빅터 차 교수의 지명 철회 소식이 들려왔다. 지명 철회 이유는 트럼프 정부의 Bloody nose strike(코피전략)을 빅터 차 교수가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Bloody nose strikes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코피를 터뜨리려다 한국의 박이 터지는 전략’이다. 다행히 Bloody nose strikes은 미국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지금 바로 한반도 정세를 위협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Bloody nose strikes 시나리오 존재 자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껏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는 늘 북한에 대하여 "All options are on the table(모든 옵션이 고려되고 있다)"이란 말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만이 아닌, Bloody nose strikes처럼 미국과 북한의 물리적 충돌을 고려한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이미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앞으로 핵무기 현대화에 130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Cold War 이후 핵무기 개발에 대한 경쟁은 주춤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러시아, 중국, 북한의 신형 핵무기 개발 사실을 근거로 앞으로 미래 핵전쟁 발발 시나리오의 대비책으로 핵무기 현대화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핵무기 개발이 핵전쟁을 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구소련이 핵무기 개발을 미친 듯이 경쟁했던 Cold War 시절, 두 국가 모두 핵무기의 무서움을 알기에 직접적인 충돌을 피했다. 그리하여 정치학자들 중에는 핵무기 개발 경쟁이 심화 되었을 때를 더욱 평화로운 시기였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분명 일리가 있는 주장이기는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라는 불확실한 요소를 가진 현 한반도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 경쟁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지금까지는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북한의 도발은 늘 함께해온 뉴스였기에 전쟁에 대해 무감각해진 이유도 있지만, 정치학을 전공하고 국제 정세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기는 힘들다 생각이 확고해진 것이다. 그 이유는 한반도에 엮인 주요 Factors(한국, 북한, 미국, 중국)들의 Interests를 고려해 보았을 때, 그 누구도 진정으로 전쟁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반도를 둘러싼 Factor들의 예전 입장을 정리해 보았다.
그러나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 미국은 철저한 계산 아래 군사적 행동을 한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미국 본토의 직접적인 위협이 있는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어떠한 적자가 나더라도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리고 9.11.테러 이후 이는 더욱 심화되었다. 그런데 북한은 실질적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반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예전의 북한의 위협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협을 미국에게 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기술 보유는 기정사실이며, 김정은은 국제사회로부터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고 지속적으로 미사일을 쏘고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 있는 북한과 핵무기 기술을 보유한 북한은 질적으로 다른 존재인 것이다.
평창 올림픽 이전에 미국과 북한의 대립은 극에 달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막말 싸움은 전 세계를 긴장시켰다. 다행히 평창올림픽으로 두 국가는 대립의 쉼표(,)를 찍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평창올림픽의 폐회는 일주일을 앞두고 있다. 평창올림픽이라는 쉼표의 기한이 다해가는 것이다.
다행히 미국 국무부 장관 틸러슨이 북한에게 아직 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이 지금까지 북한 정부를 위해 두어온 초석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는 대화를 위한 미국의 마지막 제스처로 보인다. 또한,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라는 입장을 견고히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북한이 타협할 수 있는 공간의 여지가 매우 작아진 것이다. 이제 두 국가 중 한쪽이 양보하지 않는 한 평화적인 협상은 힘들어 보인다.
우리는 평창올림픽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있다. ‘한·미 연합훈련’은 한국정부가 한미동맹의 관계와 남북대화 사이에서 어디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지 나타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타협의 여지가 이전과 다르게 매우 타이트하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 정부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떠한 선택을 하던 지금까지와 같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미국과 북한의 대립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한반도를 둘러싼 Factors들의 interests가 달라진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이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