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차분함이 좋다.
퉁실한 그 여자는 “사람이 재미가 없어.” 라 말했고
뾰족한 그 여자는 “언니는 뭐 좋아해?” 라며 살랑거렸다.
장단을 맞춰주려고 했지만
더 심오한 사람만 되고 말았다.
“구제불능이야.” 라고 말하는
그 둘의 눈빛에 차라리 안도했다.
숙제를 내지 않는 것보다
숙제를 내고 낙제점을 받는 게 마음이 편하다.
물론 너희들이 내 선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나의 차분함이 좋다.
때로 아주 깊은 굴속에 숨겨진
고용한 호수 저 깊은 바닥을
혼자 유영하는 기분이 드는데
그보다 더 평화로운 시간은 찾기 어렵다.
외로움이 아닌 고요함
허기가 아닌 풍요함
고요한 동굴에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도 보았지만
울리는 메아리덕에
더 기괴한 소리가 되버린다.
물론 하루종일 깊은 굴에서만 지내는 건 아니다.
햇살받은 연두빛 잔디밭을
봄바람처럼 사뿐사뿐 거닐기도 한다.
바람이 날아가는 대로
투명한 하늘을 바라보며
나도 맑은 공기가 되어본다.
단순한 생각 두어가지만 품고
공중의 공기방울이 되어본다.
동동 하늘로 떠오르고
뜨거운 햇살을 받으면 녹아
다시 땅에 내려앉는다.
퉁실한 그 여자와 뾰족한 그 여자는
나를 알아보기에 턱없이 부족한
난시 안경을 쓰고 날 쳐다봤었다.
“뭐가 보이긴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