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한 날씨가 중년의 센치함을 건드린다. 언젠가 봤던 늙은 아버지의 뒷모습이 수채화처럼 어른거린다. 어느 여름날. 희끄무레한 잠바를 입고. 어깨를 한참이나 떨구고. 더위에 지친 몸을 부채로 식혀가며 무거운 발걸음을 집을 향해 옮겨가던…. 재래시장 한 모퉁이. 덤성덤성 검버섯이 햇빛에 그을린 얼굴위로 무늬를 만든 이 세상의 가장 힘든자. 내 아버지.
지금이라도 비가 흩뿌려 준다면. 수채화 물감이 번져 그날의 기억을 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