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알려준 것들: 배신을 당하는 이유
풀마라톤
달리기를 시작한지 2년되서 풀마라톤을 달렸습니다. 최고의 기록을 얻었습니다. 4시간15분 괜찮은 기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최고의 기록이었습니다. 2005년이었습니다. 달리기 시작한지 2년만에.
나름대로 풀마라톤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풀마라톤을 완주하면 내가 조금 더 좋은 인간이 되여 있지 않을까 하는 환상과 로망. 힘들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영화 같은 일도 없었고 그냥 꾸준히 잘 뛰었습니다.
물론 연습도 준비도 아주 열심히 했습니다. 풀마라톤 완주후 나는 조금씩 마라톤과 멀어졌습니다. 다시 풀마라톤을 뛴 것은 2012년이었습니다. 준비도 부족하게 잘하겠지 하는 막연한 마음에 동우회 분이 부상으로 못뛴다고 해서 그냥 겁없이 뛰었습니다.
기록은 4시간 49분…30킬로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더 잘 뛸수 있다는 착각도 있었지만 35킬로에서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마라톤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지 않지만 나는 마라톤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습니다.
더 좋은 건강, 더 좋은 인간, 더 좋은 친구들, 더 좋은 많은 것들….그런 것들을 기대하기에 나는 배신을 당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마라톤은 나에게 다른 많은 것은 주었는데도 말입니다.
배신을 당하는 이유
이유는 간단한 것 같습니다. 기대가 많아서 입니다. 그것도 스스로 만들어낸 망상 같은 것들입니다.
그냥 그 시간을 즐기면 됩니다. 달리는 시간을, 같이 달리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달리고 마시는 커피를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 달리기에게 더 얻기를 원합니다. 달리기는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는데…
달리기는 나에게 이미 많은 것을 주었는데 더 달라고, 미래를 보장해 달라고 때를 부리게 되면 배신이 시작됩니다. 달리기는 거기 그곳에 항상 있는데...혼자서 스스로 배신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