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신화: 인류문명의 시작 (수메르)
기원전 5천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중근동 지방에 존재했던 수메르인은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19세기 말부터 쐐기문자가 씌여진 점토판이 중근동 지방에서 발견되었을 때만해도 막연히 이는 앗시리아라는 나라와 관련된 것으로만 믿었다. 앗시리아라면 기원전 10세기 경에 번성했던 나라로서 주위 강국과 패권 다툼을 통해 존재를 과시했고 북이스라엘 왕국을 멸망시킨 나라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앗시리아가 홀연히 사라진 다음 바빌로니아가 들어서 유다왕국을 멸망시킨다.
이 괴상하게 생긴 쐐기문자는 앗시리아 시대 때 사용된 언어로서 아카이드어로 불리게 되었는데 연구가 계속 진행되어 이 쐐기 문자의 해석이 가능하게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쐐기 문자가 기원전 30세기로 거슬러 올라감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기원전 30세기에서 10세기의 2천년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쐐기문자는 초기의 상형문자와 비슷한 체계에서 나중에는 표음 문자와 가까운 형태로 변형되었음이 밝혀졌을 뿐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알파벳 문자의 원형이 이 쐐기문자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쐐기문자가 변형된 순서로 체계적으로 분류되고 판독이 가능해 짐에 따라 오늘날 발견된 수많은 쐐기문의 점토판은 시대별로 분류되고 급기야 기원전 30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수메르(Sumer)라 불리는 인류 역사 최초의 모든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수메르의 시작은 기원전 50세기경부터이나 이들이 기록으로 남긴 것은 기원전 30세기 경부터로 해석되고 이때 당시의 생활상은 실로 놀랍기만 하다.
인류 최초의 법전은 함무라비에 앞서 이미 이들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이들의 생활상은 오늘날과 크게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이, 당시에 이미 학교가 있어 교육이 존재했고 문학이 글로서 남겨졌으며 의학이 문서로 존재했으며 농업이 있고 철학이 있고 종교가 있었다. 종교 안에는 창세기와 비슷한 내용이 이미 실려 있으며 욥의 우화와 같은 설화, 노아의 홍수 이야기, 부활에 관한 이야기 등 모든 것이 실려 있다.
이들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고대 중근동의 문화에 핵심적인 기반를 제공하였다. 더 나아가 구약의 창세기에 나오는 많은 내용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19세기 말에 앗시리아 지방(현재의 이라크)에서 발견된 아카디안 (Akkadian) 점토판이 대표적인 예이다. 초기에 점토판의 글자를 판독하지 못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영국의 고고학자 조지 스미스(George Smith)에 의해 해독되어 모든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이 판의 내용은 그 당시의 법, 종교, 경제, 역사, 편지 등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학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그들의 종교에 관한 글인데 구약의 창세기의 천지창조와 노아의 홍수이야기가 놀라우리만치 비슷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들의 종교에 나오는 천지창조를 신화라고 주장하면서 구약에 나오는 천지창조는 역사적 사실로서 받아들이기에는 모순이 있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카디안 점토판은 구약이 쓰여진 시기보다 훨씬 오래 전이다.
문화는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이고 보통 강대국의 문화가 약소국으로 들어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