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천재 행동 부족: 분노는 왜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는가! (1 of 3)
분노한 다음 날
"분노한 다음 날이 더 중요하다." 특강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지젝이 남긴 말이다. 특강에서 그는 분노가 왜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는가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했다.
지젝은 정치권과 시민 사회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중들이 기존 질서에 타협한 탓에 분노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분노의 다음 단계를 맞이하고 있다.촛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는 미래라는 말이 있다. 매듭짓지 않은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과거는 반드시 미래로 간다. 가서, 당사자 모르게 당사자를 기다린다. 당사자가 앞만 보고 걸어갈 때, 어느 날 불쑥 과거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는다. 과거가 현재와 미래를 급정지시킬 때가 있다.
분노는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분노의 크기나 강도가 아니다. 분노 그 다음이다. 분노가 저항으로 이어지고, 저항이 창조적 에너지로 승화돼야 한다. 분노가 단순한 화풀이에 그친다면 청와대와 국회를 또 다른 세월호, 즉 청산하지 못한 과거로 만드는 것이다.
분노가 장기적 저항으로 전환돼야 한다. 그런 저항들이 모여 사회적 담론으로 확대돼야 한다. 분노가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집단지성의 불씨가 돼야 한다. 분노한 국민이 먼저 꿈꿔야 한다. 저항하는 국민이 먼저 미래를 살아야 한다.
펌) 이문재 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경향신문2016.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