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유튜브 [러빙 빈센트_뮤직비디오], 게시자: movie nadam
스터리 스터리 나잇~ 언젠가 이 노래가 Don McLean이 반 고흐와 그의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에 The Starry Night>에 헌정한 곡인 것을 처음 알았을 때, 다시 찾아 들으면서 저는 사실 감동의 눈물을 흘렸었습니다.
고흐를 다른 화가들에 비해 뭐 그렇게 유별나게 좋아했던 것도 아니었고, 가끔 들리는 이 노래를 별 생각 없이 지나쳐 들으면서도 곡조가 참 좋다, 정도였지 웬 별밤이냐 하면서 큰 감동을 받지는 않았었어요. 음악도 역시 알고 들어야 그 감동이 배가 되는 모양입니다. 헌정곡 임을 알고 가사를 찾아보고 다시 곡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마침 혼자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아무튼 별이 빛나는 밤을 위한 이 곡은 역시 반 고흐와는 떼려 해도 뗄 수 없는 명곡이죠. 95분의 영화를 마치며 OST 엔딩 테마로 영국가수 리앤 라 하바스의 별밤이 나옵니다. 역시 가슴을 울리네요 ㅠㅠ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해 보겠습니다(여기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은 알아서... :)). <상>편 글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영화는 빈센트 반 고흐가 주인공이 아닙니다. 뜬금없이 ‘빈센트’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그가 술주정뱅이에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 ‘아르망’이라는 젊은이가 주인공인데요. 때는 빈센트가 세상을 등진 1년 후, 빈센트의 절친 이었던 우체국장(동생 ‘테오’에게 얼마나 편지를 많이 보냈으면 우체국장과 절친인...;;) ‘조셉 룰랭’은 자신의 아들 아르망에게, 빈센트의 반송된 편지를 수취인인 동생 ‘테오’를 찾아 전해달라는 절실한 부탁을 합니다. 주소 불명으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한 편지였던 것이죠.
아르망은 우체국장인 아버지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편지를 자기가 어떻게 찾느냐며 싫다고 징징대지만, 결국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고흐의 동생 ‘테오’를 찾아 나서게 되지요. 그러나 사랑했던 형의 죽음에 절망한 나머지, 고흐가 세상을 떠난 뒤 6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아 동생 테오 역시 가족만 남기고 형을 따라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아르망은 남겨진 가족들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빈센트가 생을 마감했던 장소인 오베르까지 가게 됩니다. 직장까지 짤리면서 말이지요;;
그 곳에서 아르망은 빈센트가 머물렀던 장소들과 교류했던 사람들 – 가까이서 그를 보살폈던 아마추어 화가이자 의사인 ‘폴 가셰’, 유리처럼 깨질 듯한 가셰의 딸 ‘마르그리트’, 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여관 주인의 딸 ‘아들린’, 냉정한 가정부 ‘루이스’, 그리고 강가의 뱃사공 등등 - 을 대면하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빈센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와 그가 남긴 삶의 흔적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 영화는 고흐와의 관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인 ‘아르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지금까지 고흐를 주인공으로 만들었던 영화들과 다른, 신선한 3인칭 적 관점을 선사합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그의 자살(이에 대해서는 영원히 밝힐 수 없는 진실에 대한 공방과 함께 타살설이 거론되고 있습니다)을 역추적하며 가슴 떨리는 아름다운 영상을 선사합니다.
아마도 이렇게 특별한 스토리텔링이 나오게 된 것은, 아무래도 고흐가 남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을 토대로 영상을 구성하려다 보니 그렇게 기획된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이 본 애니메이션 영화의 영상은 물론 내용마저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고흐의 흔적은, 시각적 즐거움은 말 할 것도 없고, 유화라는 물성을 통해 촉각과 후각까지 자극했습니다. 저는 유화물감 냄새를 참 좋아하는데요, 심지어는 영화 보는 내내 테레핀 오일(유화 그릴 때 용제로 사용되는 휘발유 종류) 냄새까지 나는 것만 같았으니까요. 아무튼 저에게는 정말 오감을 만족시키는 “자극적인” 영화였습니다.
아름답고 화려한 붓 터치와 색감에 살짝 눈이 피로해질 무렵이면, 흑백 영상으로 구성된 과거 회상 씬이 나오는데 이런 구성도 저는 참 좋았습니다. 플래시백 기법을 사용한 이 부분은 고흐의 평소 화풍과는 다르고, 훨씬 매끈하고 단순하게 표현되어 시각적 휴식과 함께 과거 회상의 느낌을 잘 전달해 주더라고요.
하지만 처음에 우려했던 대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현란한 터치들은 어느 순간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었고, 화풍이 약간씩 다른 고흐의 여러 작품을 연결하려는 제작자의 욕심(?)으로 약간은 어색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도 중간 중간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시선이 빼앗겨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운 순간들도 있었구요. 이런 점들이 약간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이제 다시는 이런 영화를 못 볼 수도 있을거라 생각하니, 아직 못 보신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의 과도한 시간과 복잡한 과정도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이 영화가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후 비슷한 방법으로 다른 유명 화가의 영화를 만든다면 이만큼 관심을 집중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다가, 유명 화가의 작품을 분석하여 화풍을 그대로 재현하는 “딥 드림 Deep Dream” 이나 “더 넥스트 렘브란트 the Next Rembrandt”같은 AI가 이미 발명되었다고 하니, 앞으로는 아무리 고집 센 감독이라도 제작 비용과 시간의 절감을 위해 AI를 사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올 것 같거든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너무나도 인간적이라는 그 느낌이었습니다.
실사 촬영과 CG기법을 활용하였지만 최종 컷은 유화로 리터칭을 거쳐야 하므로 당연히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CG보다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들이 완벽하게 처리된 CG 보다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약간씩 어색한 변화(손맛이라고 할까요?)를 느끼게 해 주었는데, 이런 불완전함이 오히려 작품으로 표현된 이 영화를 완벽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AI가 리터칭을 하는 시대가 오면 이러한 인간적인 감성을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분명 완성도는 올라가겠지만 그것이 인간이 작업한 불완전한 붓놀림보다 더 아름다울 거라는 보장은 못하겠네요. ㅎㅎ
빈센트 반 고흐. 우리나라에서 정말 사랑받는 후기 인상주의 작가이자, 20세기 야수주의와 독일 표현주의로 가는 문을 연,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37세라는 한창의 나이에 권총으로 자살하여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목사의 아들로 신학을 공부한 뒤 선교사가 되고자 했던, 잠시 아트 딜러의 일을 하면서 예술 작품이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실에 분노했던, 노동자들을 그리는 화가 밀레를 존경했던, 1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작가 생활을 하면서도 900점에 가까운 페인팅과 1100점에 가까운 드로잉을 남긴, 우울증과 조울증을 반복하며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유일한 정신적·재정적 지원자였던 동생 ‘테오’ 외에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았던, 자신의 왼쪽 귀를 잘라 창녀에게 선물한,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을 팔았던...
이 모든 수식어가 빈센트 반 고흐를 설명하며 자주 따라다니는 표현 들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걸어온 37년의 짧은 생애 동안, 그보다 더 짧은 10년 미만의 작가 생활에 얼마나 몰두했으며 얼마나 고집스럽고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삶을 그려내기 위해 도로타 감독이 고집스럽게 지켜낸 “모든 장면은 유화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철칙은, 바로 우둔함 마저 느껴지는 고흐의 삶을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영화라는 장르의 작품성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만, <러빙 빈센트>를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혹은 “영화”로서 평가하라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그려낸 애니메이션이자, 그에게 헌정하는 영화로서의 가치를 점수로 매기라면, 기꺼이 9.9점을 주고 싶네요.
인간적 감성세포를 자극하는 영화, 저에게는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V 영화 목록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한 번 감상해 봐야겠습니다.
시작한 글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어 결국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라고 써 두었지만 대역폭에 걸려 올리지 못해서;; 결국 꼬박 하루가 지나서 포스팅을 마칩니다. ㅎㅎㅎ
오늘도 읽어 주셔 감사드립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