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길이소 / Oil on Canvas / 91 ×116cm / 2014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세상에 알려진 제주도 강정마을에는 '냇길이소'라는 신성한 명소가 있다. 이름도 참 이쁘다. 냇길이소. 여기에 잠시 머무르는 물은 강정천을 타고 흘러흘러 바다와 만난다. 해군기지 건설로 이미 폭파된 구럼비 바위와 더불어 냇길이소도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주술적인 장소 중 하나였다. 발도 씻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직관적으로 아름답다.
2014년, 강정의 문제를 알리기 위한 전시 기획팀에 참여했었다. 전국에서 많은 작가들이 이 전시에 참여했다. 냇길이소는 그때 그려서 출품했던 그림이다. 그림 몇 점 그려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마을은 물리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무자비하게 폭파됐다. 현재 해군기지는 완공됐지만 여전히 마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일 폭파되는 중이다. 강정마을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다.
그래도 그때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모두가 돈 한 푼 받지 않고 전시회를 위해 노동을 갈아넣었다. 공간을 구하고, 협찬을 받고, 작가를 섭외하고, 디스플레이를 하고, 오프닝 공연단을 초청하고, 철수까지 모두 우리 힘으로 해냈다. 그때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 참 아름다웠다. 단 한 번을 만났어도, 몇 년이 지나도록 자꾸 생각나고 기억나는 사람들이 있다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수원시미술전시관에서 열렸던 '강정 숨결 녹색' 전시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