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읽고 또 읽었을 좋은 글이 실려있는 어떤 책을 구입해서, 이제는 아- 관심없어라- 라며 힐끔 읽고 재활용 통에 넣는 내 모습을 지켜보며 놀란다. 두 발짝 떨어진 내겐 그 문장들이 칼이 되지 않았고 피부에 닿지도 못한 것은 내 안의 누가 범인인가. 나는 세월호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재난과 재현의 문제에도 시큰둥했다. 같은 이유로 내년에도 내가 나라고 보장할 수 없겠지. 어느덧 양말을 신고 자야하는 계절이 왔다. 지난 8월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