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아무생각 없이 살다가도 가끔 삶의 욕망이 강렬해질 때가 있다. 번뜩이는 작업을 구상했거나 혹은 만족스러운 작품을 완성했을 때다. 내게 아무 위험이 없는데도 '이 작품을 남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어!' 라며, 일어나지도 않을 불운의 사고를 걱정하거나 혹은 전쟁터의 군인처럼 비장한 마음을 품곤 하는 것이다.
물론 뒤돌아보면 참 별 것도 아닌 시시한 것을 가지고 홀로 민망한 궁상을 떨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순간의 자뻑이야말로 예술가 스스로를 지탱하게 하는 유일한 자양분이 아니겠는가! 후후훗!.... 20대 초반, 특히 군대에 있을 때 심했다. 부대 안에서 그린 별 시덥잖은 그림들을 고이 보관해서 휴가를 나올 때 항상 이런 마음을 품었던 것이다.
"이 그림들을 싸이월드에 올리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어!!"
라고.. 사진같은 단순한 재현법과 묘사에 더이상 의미를 둘 수 없어 이제는 그리지 않는 방식의 그림들이지만, 당시에는 정말 소중했었다.
그리고 오늘도 앞으로 할 여러 작업을 떠올리며 나는 생각한다.
절대로 죽을 수 없어 !!
p.s : 얼마 전에 작업실에 완강기를 설치했다. 불타죽을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