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노트] 4번째 시공간 : 마지막 노트

thelum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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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518 댄스필름 '봄날' 스틸 이미지





감독의 노트는 저의 단편영화 '봄날'(2018)의 제작 과정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1 - 기획 - 『광주 518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 댄스필름 × 소년이 온다
2 - 구상 - 『맛있는 고기를 찾아서』 : 레퍼런스 보유하기
3 - 섭외 - 『감독하지 않는 감독』 : 수화통역사와의 만남
4 - 헌팅 - 『비굴한 장소 사냥꾼』 : 애원하고 삥뜯기고
5 - 촬영 - 『말라붙은 분수대와 길잃은 풍선』 : 무용수와의 촬영
6 - 편집 - 『4번째 시공간』 : 도시가 기억하는 5.18
7 - 홍보 - 『누가 봐줄까?』 : 예고편과 포스터 공개
8 - 상영 - 『봄날 온라인 상영』 (스팀잇에 한해서 5월 17일부터 5일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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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스틸 이미지








4 번 째 시 공 간





"도시는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습니다. 도시의 과거는 마치 손에 그어진 손금처럼 거리 모퉁이에, 창살에, 계단에, 안테나에, 깃대에 쓰여 있으며 그 자체로 긁히고 잘리고 조각나고 소용돌이치는 모든 단편에 담겨 있습니다."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5.18은 생존자의 기억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4.3이 남겼던 진동을 제주도 전역에서 느낄 수 있듯이 광주5.18의 기억도 도시 자체가 간직하고 있다. 구 전남 도청과 분수대, 전일 빌딩이 기억하는 5.18은 어떤 모습일까. 또 양림동의 리어카와 동명동의 벽돌이 기억하는 5.18은 어떤 모습일까. 길 가의 가로수, 천변에 흐르고 있는 물이 기억하는 5.18은 어떤 모습일까. 이들은 말이 없다. 나는 이들을 위한 씻김굿을 펼치기로 했다.


무용수들을 촬영한 영상을 가지고 광주로 내려갔다. 완전한 고요가 깔리고 사물이 존재를 드러내는 새벽 2-3시쯤이 적합했다.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빔을 투사했다. 무용수들이 3개의 시공간에서 각각의 내면 풍경과 몸짓을 담아냈다면, 이번 촬영은 각자 떨어져있던 그들이 모여 도시의 입을 대신해주는 4번째 시공간에서 진행될 것이다.


무용수들은 이제 무당 역할을 맡았다. 도시의 모든 사물이 스크린으로 변해 있었다. 광주의 화분, 건물, 가로수를 위한 굿판을 벌였다. 빔을 쏠 때마다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 길가에 세워진 리어카에게도 묵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특히 5.18 당시에 시체를 안치했던 상무관 외벽에 김수진의 몸짓이 나타났을 때는 먹먹함이 밀려왔다. ≪봄날≫을 단 하나의 스틸로 남겨야 한다면 바로 이 장면일 것이다.




덧) 볼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본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역시 스팀잇이 댓글도 가장 활발하게 달리네요. 영화제에 나가서 극장 상영해도 이 정도 분량의 감상평을 듣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물론 보팅도요! 여러분은 멋 쟁 이 ! ㅎㅎ '감독의 노트' 시리즈도 스팀잇이 아니었다면 생각하지 않았을 기획이었습니다. 환경이 기획을 만드네요. 재미 붙였습니다. 언젠가 공개할 제 다른 영화도 기대해주세요 :) 기계처럼 매일 글을 썼더니 피곤이 몰려옵니다. 하루 이틀정도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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