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는 중간에 멈출 수 없다. 동전을 넣어도 건조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아서 추가로 동전을 마구 넣고 버튼을 눌렀다가 무려 1시간동안 기다린 일전의 경험이 떠올랐다. 때문에 오늘은 신중했다. 빨래감을 넣고 건조기를 작동시켰다. 25분이 뜬 것을 확인하고 가져간 김목인의 책 <직업으로서의 음악가>를 펼쳐 읽고 있었다. 뒤늦게 들어온 2인조 여성이 세탁을 마치고 건조기 앞에서 서성였다.그러더니 건조기가 작동하지 않는다며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살펴보니 그들은 동전을 넣고 실수로 내 건조기 버튼을 누른 후였다. 25분이었던 내 건조기 러닝타임은 45분으로 늘어 있었다. 건조기는 중간에 멈출 수 없었다.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는 그들에게 나는 덕분에 책을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라며 대수롭지 않은 척을 했지만 아미 새벽 2시 30분을 넘긴 시각이라 괜찮다고는 볼 수 없었다. 김목인의 책은 세탁기와 건조기 사이에 있었다. 감정이 축축하게 과잉되지 않고 또 너무 메마르지도 않는 적당한 담백함. 그리고 유머. 그의 노래와 일치하는 글이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시간이 훌쩍 갔다. 어느새 2인조 여성은 퇴장했다. 인사도 없이 덩그러니 나를 남겨두고 나가버렸다. "답례로 다음에는 제가 시간을 추가해드리겠습니다. 꽤 재미있는 책을 가져오셔야 할 거예요. 하하하.." 라는 농담과 넉살좋은 표정을 준비해놓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