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두려움, 연습

thelum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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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연습 중




1
사람들 앞에서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내 모습 아직까지도 많이 어색하다. 공연하는 사람. 이십대의 막연한 바람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찌어찌 하다가. 갑자기. 갑자기! 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매번 무대가 당황스럽지만 '나는 진짜 야매인데..'라는 생각도 점점 무뎌질테고, 공연가로서의 정체성에 익숙해질 것이다. 아마.


그런데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 있다. 공연 중의 망각과 실수의 두려움이다. 공연은 살얼음판이다. 온 생애를 받쳐 연습만 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도 이 두려운 감정은 피해갈 수 없다는데, 하물며 나같은 사람은 오죽할까. 공연 중에 손가락이 떨리는게 눈에 보인다. 여태까지의 공연은 운이 좋았고, 앞으로도 운이 좋길 바랄 뿐이다. 최악의 순간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면서 손가락이 엉키고 연주가 멈추는 순간일 것이다. 찾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암보는 단순히 악보를 머리와 손으로 외우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주를 하는 환경과 피아노의 색깔, 조명, 온도, 시선 모든 것이 한 곡을 외울 때 몸으로 함께 습득되는 것들이다. 피아노 건반을 비추는 조명의 색깔과 각도에 따라 무대에서 내 앞에 놓인 것이 전혀 다른 악기처럼 보일 때가 많아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가령 검정색 업라이트 피아노로 암보해서 연습했는데 정작 무대에서는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해야 한다면 연주 중에 몸의 기억이 오작동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러한 두려움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 중이다. 첫째로, 실수의 두려움이 단순히 많은 연습량으로 대체되지 않는 감정이라면 차라리 실수 이후의 대처를 연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연습할 때 미스터치를 하거나 전혀 엉뚱한 건반을 누르더라도 연주를 멈추지 말고 이어간다. 등이 가렵거나 파리가 꼬여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연주를 멈추지 않는 연습을 한다. 두번째로 공연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연습을 한다. 그럼에도 손가락이 건반에 어긋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일의 일들은 그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2
최근 아티스트 토크에 가면 작가들에게 꼭 내가 하는 질문이 있다. "전시하는 것이 재미있나요?" 70대 원로 작가부터 내 또래 작가까지, 모두 너무들 재미있다고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구나.. 그러니까 결론은, 각자 재미있는 걸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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