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것은 알기 싫다>를 듣고 격하게 공감했다. 점점 자신의 직업을 특정지어 말하기 곤란해지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점점 정규직은 줄어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정규직 혹은 프리랜서로 근무하고 있다. 그 사람들은 이쪽 일도 하고 저쪽 일도 한다. 본인의 정체성을 한 가지의 직업으로 규정짓기가 어렵다. 갑자기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많이 등장해서가 아니다. 과거에는 극소수 전문가들만의 영역이었던 장비와 프로그램들이 대중적으로 봉인해제되고, 온라인 플랫폼이 넓어지면서 이제 누구나 특정 직업에 덤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영상이 그렇다. 음악도, 출판도 마찬가지다.
나같은 경우에도 직업이 뭐예요? 라고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기준으로 생각해야 하나? 그럼 화가, (글쓰는)작가, 전시기획자, 영화감독, 심지어 피아니스트까지 등장해야 한다. 물론 수익을 모두 모아봤자 티끌이긴 하지만. 돈이 아닌 자아 정체성을 기준으로 놓아도 나는 저 모두에 해당한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대뜸 직업을 물으면 머뭇거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또 하나, 우리는 일정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는 정규직을 딱히 원하지는 않는다. 나는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비정규직의 대우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다. 이런 시대에 자기 소개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