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밝아오는데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오늘은 장비세팅과 리허설 겸 촬영을 했다. 리허설을 하는데 피아노와 영상의 싱크가 맞지 않는 것이었다. 긴장한 나머지 내가 연주를 빼먹은 구간이 있었나? 처음부터 다시 해봤지만 역시 영상이 문제였다. 1차 멘붕. 아무래도 빔에 연결된 디빅스(빔에 파일을 재생시키는 연결장치)가 말썽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이런 적은 처음이다. 정신을 챙기고 다시 작업실로 차를 몰고 가서 노트북과 빔을 연결하는 잭을 챙겨 돌아왔다. 노트북으로 재생하니 문제가 없었다. 다행. 리허설과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집에 와서 촬영본을 프리뷰하다가 2차 멘붕. 카메라 오디오 볼륨이 너무 커서 사운드가 다 깨져 있었고, 셔터스피드 세팅을 잘못하는 바람에 영상에 줄이 갔다. 쓸 수 없었다. 게다가 데려간 후배가 촬영해준 보조캠 촬영본은 내가 USB를 컴퓨터에 넣다가 바로 빼는 바람에 메모리카드에 손상이 갔다. 플레이할 수 없었고, 촬영본을 확인해보지도 못한채 눈물을 머금고 포맷을 해야만 했다. 촬영은 총체적으로 실패했고 나는 오늘 하루종일 엄지발가락에 빵꾸난 검은색 양말을 신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워봤지만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갑자기 뜨거운 국물이 먹고 싶다. 새벽 3시 반에 편의점에 달려가 튀김우동 한 그릇과 김밥 한 줄을 뚝딱 해치웠다. 오늘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일 밤에는 죽은듯이 잘 것이다. 아니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