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예술혼 불러일으키는 광장

thelum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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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중심에는 멍 때리기 좋은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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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에 머무는 열흘동안 시뇨리아 광장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멍~ 때리다가, 뭔갈 메모하다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이보다 더 예술적인 광장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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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뇨리아 광장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비롯해 도나텔로, 잠볼로냐 등의 조각상들이 있다. 원래 원본들이 이 광장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제는 보존을 위해 그것들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속에 들어가고 대신 복제품들이 이 광장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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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이 원래 위치해 있던 장소와 역사적 맥락 속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내가 보기에 이 광장의 복제품들은 원본과 동일한 위상을, 아니 어쩌면 더욱 값진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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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다비드상의 원본은 시뇨리아 광장으로부터 10분정도 떨어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엄청나게 긴 줄을 선다. 그 이유는 원본이라는 단어가 갖는 아우라 때문에, 그러니까 순전히 기분탓 때문에 그럴 것이다. 만약 어느날 아침 아카데미아의 원본과 시뇨리아 광장의 복제상을 슬쩍 바꿔치기 해도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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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장에는 조각상들이 즐비해 있어서인지 특히 그림그리는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르네상스의 후예답게 그 열기와 분위기가 어찌나 대단한지 저녁 11시가 넘어서까지도 조각상을 스케치하는 많은 그림쟁이들을 볼 수가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나도 몇 점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면서 참, 목잘린 석고상들만 실내에서 죽어라 그렸던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니 피렌체 미술지망생들 너네들 말이야 참 복받은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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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하루에 한 조각상을 보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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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60여일의 유럽 여행동안 스케치북을 꺼내고 그림을 그린 유일한 장소가 시뇨리아 광장이었을 것이다. 이 광장에서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뭐라도 꺼내서 뭐라도 적거나 그리게 된다.




thelump@thelu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