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잠이 들었다. SF소설을 읽는 중이었다. 그 소설 속에서는 어떤 박사가 사람들이 겪는 임사체험을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발명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밤마다 꾸는 꿈 역시 영상으로 변환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 머리가 가로로 싹둑 잘라지더니, 머리 내부에 심어진 기계 장치에서 내가 간밤에 꾼 꿈들이 영상으로 플레이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꿈이었다. 에휴. 이런 내용의 책을 읽다보니 꿈도 비스무리하게 엮이는구나. 하지만 너무 신기한 꿈이 아닌가?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에 계시는 엄마한테 다가가 간밤의 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엄마는 코웃음을 치며 개꿈이라 일러주었다. 그런데 그 순간, 눈을 떴다. 이 역시 꿈이었던 것이다. 꿈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꿈이라니! 너무 신기한 꿈이 아닌가? 나는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에 계시는 엄마한테 다가가 간밤의 꿈 이야기를 (...)
영화 <인셉션> 처럼, 이렇게 꿈 속의 꿈 속의 꿈을 꾸는 것은 나에겐 익숙하게 일어나는 일이다.그것도 항상 내가 꾼 꿈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형태로 반복되는 꿈. 그런데 어디선가 들은 정보로는, 뇌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것과 꿈 속에서 경험하는 것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인간은 신체의 감각 기관을 통해 얻어진 정보를 베이스로 세상을 인지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그 이외의 세상이 있다고 한들 신이 아닌 이상 감각 밖의 세상은 인간이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꿈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히 가상의 경험이라고 치부할 수가 없다. 우리는 실제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꿈 속에서도 '주변을 신체로 감각하고 받아들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찬찬히 생각해보면 우리는 '나'란 존재가 과연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나'는 나의 기억인가, 느낌인가, 감각인가, 아니면 유전자인가. '나'는 뇌 속에 있는 걸까, 심장에 있는 걸까, 아니면 몸 전체에 퍼져 있는 걸까. -P.120
꿈 속의 꿈을 자주 체험하는 나는 이런 의문이 든다. 30년이 넘게 이어져온 나의 삶 역시, 어느 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거실에 계신 엄마에게 침을 튀기며 이야기할 한낱 꿈이 아닐까? 힌두 신앙에서는 우리의 세계 자체가 신이 꾸는 꿈이라고 하는데, 나는 내 삶 자체가 내가 꾸는 꿈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내 나이 여든이 넘어 병상에서 숨을 거두었을 때, 나는 꿈에서 깨어 거실으로 달려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엄마, 나 대,대,,대박 꿈!! 여든 넘어서까지 살다 죽는 꿈을 꿨어!"
노량진에서 용산을 지나가는 지하철 1호선에서 창 밖에 펼쳐진 한강을 볼 때면 요즘엔 유난히 이 세상이 누군가의 회상이거나 꿈일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니까 실제로 이 세상은 완전히 망했는데 아직도 한강 사이에 철도가 놓여있고 사람들이 외투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들이 너무나도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현실에서 비현실을 강하게 체감하는 경험은 공황장애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혹시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환자가 아니라 저 너머 세계와 링크(link)된 존재일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 파토의 말처럼 혹여 이 세상이 누군가의 시뮬레이션이거나 꿈이라고 해도 현실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본질과 우주의 이치에 호기심을 갖고 인류의 존재에 대해 물음을 멈추지 않기에는.. 너무 더운 날씨다. 이 우주가 홀로그램 혹은 시뮬레이션이라면 개발자에게 간청한다. 온도좀 내려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