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말아 보았다.
소풍갈 때 먹는 "간편식" 이라는 우리들 통상의 이미지와 달리, 김밥 한 줄을 마는 데엔 꽤나 간단치 않은 정성과 시간이 들더라. 손도 많을 수록 좋았다.
밥을 하고, 넣고 싶은 속재료들을 손질하고, 김밥 말 자리를 마련하고, 김 위에 밥을 펴 바르고, 드디어 김밥을 말고, 말린 김밥을 서걱서걱 자르고.... 준비했던 만큼 다 완성되자, 드디어 먹고, 번외로 꼬다리 쟁탈전을 열고, 그럴 듯한 포장도 해 보고, 장난 같지만 분명 진지했던 김밥 토론도 벌였다.
간만에 사람이 모이니까, 모여야 가능한 일들이 자연히 벌어졌다. 이 모든 시너지, 힘. 치고 박고 해도 함께는 좋구나. 초등학교 운동회의 시끌시끌 함성과 흙먼지 가득 찬 운동장 한 가운데 섰을 때 같은 어린 흥분 같은 것이 아주 새삼스럽게 자연스럽게 들었다. 다른 점은, 여긴 청팀 백팀 없이 다 한 팀인 것. 이 일회성의 작은 이벤트 속에서도 '공동체'란 걸 배울 수 있다.
이번에도 그렇고, 그 동안 나에게 김밥은 이렇게 '함께'의 의미가 강한 음식이었단 걸 문득 깨달았다.
그런데, 반면에 매년 애들 소풍이나 행사 때마다 김밥 싸는 게 그저 자기 혼자만의 일이었을 엄마(종종 아빠)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외롭다 말도 못하고, 당연히 내 일이다 하셨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수록 부모님(들)에 대한 존경 거리가 자꾸 늘어만 간다. 우러러 보는 종류의 존경은 아니다. 그보다 더 고차원의 것이다. 나도 어른이 되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이해해 가면서, 엄마 아빠들도 다 똑같이 불완전한 인간인데 어린 애들에게 항상 흔들림 없이 완전해 보이도록 형언할 수 없을 노력을 쏟으셨던 거구나, 하고 더 심도 깊은 존경과 애정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머리도 몸도 다 커져서 이제 엄마 아빠 안아드릴 땐, 어릴 적과는 확실히 다른 성질의 고마움과 사랑이 묻어나나 보다. 아무리 똑똑한 척 이쁜 척 잘난 척 해도 우리 자식들은, 나는 아직 그들의 발치에도 못 따라간다.
참고로 왼쪽 김밥에는 매운멸치볶음이 들어갔다. 한국에서 오신 분 말에 따르면 이게 요새 트렌드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