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생각#3] 의지를 사는 법

tangerine(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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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이 부족해서, 의지가 부족해서, 마음이 약해서, 조금은 게을러서 할 일을 제때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특히 집에 있으면 목표한 일을 하지 않고 뒹굴거리다 시간을 다 날리기 일쑤다. 내 의지가 조금 더 강하다면 침대, TV, 냉장고 등등의 유혹을 다 뿌리칠 수 있겠지만, '역시 나란 인간, 나약한 인간'

시험 기간 때 '집에 가서 공부해야지!'라고 마음 먹고 돌아와서 잠만 잔 게 몇 번이던가. 내가 앞으로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하면 사람이 아니라며 큰 소리를 뻥뻥 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다.(집에서 공부/일을 하는 데 또 실패했다)

의지도 하나의 자원이다.

의지는 한정되어 있는 희소한 자원이다. 내가 책을 읽는 데 의지를 많이 소진했으면 시험 공부를 하는 데 사용할 의지가 줄어든다. 어디에 의지를 사용할 지 신중히 정해야 한다. 문제는 의지는 한정되어 있고, 일마다 필요한 의지의 양이 다르다는 것이다. 잠자는 데 사용해야 하는 의지는 작다. 친구를 만나서 노는 데 사용하는 의지는 집에서 자는 것보다는 크지만 그렇게 대단히 많은 의지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화창한 주말에 집에서 공부를 하는 일에는 아주 많은 의지가 필요하다.

나는 한정된 이 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 최소한의 의지를 사용해서 그 일을 해내려고 노력한다. 의지의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집에서 공부를 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도서관에 가는 것이다. 통제된 환경이라 유혹의 요소가 월등히 줄어들어 적은 의지만으로도 공부를 해낼 수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장소는 카페이다. 뭔가 할 일이 있으면 나는 일단 집 근처 카페로 간다. 환경을 바꿨기 때문에 의지를 조금만 쓰고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낼 수 있다. 물론 카페에 가면 돈이 든다. 요즘은 커피값이 거의 5000원이나 한다. 그렇지만 5000원으로 커피를 산 것이 아니라 의지를 구입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란 인간,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의지를 산다.

카페에 왔다.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집에 가면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잠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의지를 사러 카페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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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지는 5900원짜리다. 덤으로 시원한 음료까지 한 잔 나왔다. 의지를 구입한 덕분에 아마 오늘 책을 100페이지 정도는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만족스럽다.

나는 오늘도 이렇게 의지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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