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생각#11] 나를 유혹하는 것들

tangerine(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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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不惑)
어떤 것에도 미혹되지 아니 함.

나이 40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아직 불혹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남은터라(과연?) 여전히 수많은 유혹에 마음이 흔들린다. 진짜 나이가 40이 되면 이런 유혹을 이겨낼 수 있게 될지 궁금하다. 오늘은 나를 유혹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1. 마법의 말 '한 번만 더'
    끝내야 할 때 단칼에 끝내지 못하고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를 외치며 질질 끈다. 예를 들면 밤 늦게까지 미드를 보며 놀다가 '마지막으로 딴 한 편만 더 보고 자야지'하는 것이다. 미드 뿐만이 아니다. 아침에는 알람이 '한 번만 더' 울릴 때까지 누워있다가 일어나고 싶고, 군것질거리는 '한 입만 더' 먹고 나서 집어 넣고 싶다. 한 번이 두 번, 세 번 될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한 번만 더'라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다. 한 번만 더하고 그만할 의지가 있더라면 지금 바로 그만할 수도 있을텐데 알면서도 늘 속고 만다.

  2. 드라마 속 뇌섹남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한테 완전 반해버리는 경우가 있다. 물론 작가가 주인공이니까 엄청 멋있게 대본을 써줬겠지만, 그 중 유독 내 마음을 쉽게 흔드는 유형이 바로 뇌섹남이다. 너무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말에 반해버릴 수 밖에 없다. 요즘은 하우스라는 미드를 보고 있는데 정말 주인공이 말도 안되게 멋있다. 심지어 나이도 많은 아저씨이고 전형적인 미남 스타일도 아닌데 말이다. 40대 후반의 아저씨가 그렇게 멋있는 걸 혼자 다 하는 건 정말 반칙 수준이다. 물론 그 캐릭터가 멋지다는 이야기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과 같이 지내면 조금은 짜증날 수도 있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언제나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3. 침대라는 블랙홀
    잠깐 쉬었다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으며 침대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블랙홀이 그러하듯 나는 빠져나오지 못한다. 피곤할 때 쉬는 건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대만 보면 피곤해서 쉬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침대인지 침대가 나인지 모를 정도다. 계획대로 생활하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이런 일이 없을테지만, 나는 계획되지 않은 우연에서 멋진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기에 일단 대책없이 또 침대에 올라왔다. 침대를 보면 쉬어야 하는 이상한 반사작용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오는 건 위험하지만 나는 이미 침대를 보았고, 또 다시 마음이 흔들렸다.

이 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유혹이 있다. 스팀잇에 들어와서 혹시 누가 댓글을 달았나 확인해보고 싶고, 다이어트보다는 과자가 더 먹고 싶고, 오늘 하루 신나게 놀아버릴까 싶기도 하다.

내가 마흔이 되면 진짜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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