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있어 먹는 것 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신적인 영역을 살아 가는 일부 초인들 중에는 먹는 쾌락추구를 죄악시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특히 여행에서 맛있고 값싼 현지 음식점을 찾아내는 것은 거의 오랫동안 감추어진 보물을 찾는 기쁨과 비교해도 큰 무리가 아니다.
Gerry's Grill
보라카이에서 발견한 두 곳의 맛 집 중 하나가 화이트비치 중앙에 위치한 게리스그릴이라는 레스토랑이다. 점심이나 저녁시간에는 길게 늘어 선 줄로 들어 갈 엄두를 못 내다가 오늘 드디어 거의 3시 무렵, 한가한 틈을 타 입장에 성공했다.
오징어구이
질기지 않고 적당히 구운 통통한 오징어와 밑에 깔린 달콤한 소스가 일품인 “구운 오징어”는 게리스그릴의 최고 인기 메뉴이다. 연체동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먹고 가야 하는 메뉴다.
크리스피 파타
요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충분히 기다리는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요리가 “크리스피 파타”이다. 돼지족발 튀김 같은 것인데 껍질은 바삭하고 살은 촉촉한 독일의 “슈바인학센”과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우리 입맛에는 더 나은 듯하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필연적으로 술 생각이 난다. 멤버들은 산미구엘 멕주를 한 병씩 마셨고 나는 휴대해 간 56도 고량주를 한잔했다. 분위기 때문에 술을 마신다는 사람도 있지만 난 취하기 위해서 마신다. 진한 알코올의 불타는 느낌이 식도를 자극하면 바로 천국으로 입장한다.
집을 나와 멤버들과 같이 보낸지도 6일이 지났다. 우리는 조금 지쳐있었다. 다이빙에 흥미를 잃어버린 다이버들의 최후가 눈에 보인다. 어쩌면 이게 20년 이상 을 함께 한 우리들의 마지막 만남이 될지도 모른다는 슬픈 예감을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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