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다이빙 여행-7 Café Maruja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정말 바쁘게 살아 간다. 분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스케줄을 잡고 뭔가를 열심히 해야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특히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는 전세계인들이 다 이상하게 느낄 정도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건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산업역군으로써 수치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초 스피드로 지구상에서 제일 못사는 빈민 국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나라가 되었다는 지나친 자부심은 편히 휴식하지 못하고 일 만 하는 부자유인을 만들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휴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휴양하러 나온 여행에서 조차 뭔가를 정말 바쁘게 돌아 다니며 사진을 남기고 힘에 부칠 정도로 뭔가를 해야 편안하다.
그렇게 갈구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잠재적 욕구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한국에 있으면 생각지도 못한 아무것도 안 할 자유가 생겼다. 오늘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하늘만 처다 보며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사진기 하나만 들고 방을 같이 쓰는 버디 K와 호텔 바로 옆에 있는 Café Maruja로 갔다.
Café Maruja
마루자 카페에 특별한 것은 없다. 굳이 찾는다면 해변을 볼 수 있게 바다 쪽으로 앉을 수 있는 편안한 소파가 놓여 있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차 한잔 시키면 하루 종일 있어도 쫓겨 날 염려는 없다. K는 커피한잔, 난 오렌지 주스한잔 시켜서 망중한을 즐기기로 합의를 했다.
여기는 개들조차도 너무 느긋하다. 사람을 보고 짓거나 뛰어다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사람만 보면 잔뜩 긴장해서 으르릉거리는 한국 개와는 완전히 다르다. 개도 아마 주인을 닮는가 보다. 전쟁같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한국인들은 항상 긴장하고 업무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Geline Degala
차를 마시며 얘기하고 있는 중에 Café 소파에 누군가가 앉아 스마트폰으로 셀프 사진을 찍고 있는 두 명의 예쁜 아가씨들이 눈에 띄었다. 좋은 모델을 두고 그 기회를 지나친다면 사진작가가 아니다. 사진은 찰라의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작업이다. 인생에서는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도 하지만 사진에서는 딱 한번의 기회밖에 없다.
사진 찍어 주겠다니 좋아했다. 이들은 필리핀인들이며 다른 도시에서 여기로 놀러 왔다고 했다. 가식 없는자연스러운 미소가 감동을 준다. 자연스럽다는 건 복잡한 기계문명 속에서 허덕이는 현대인에게 가장 큰 덕목 중 하나이다. 사진을 보내주었더니 대뜸 자기는 여호와증인이라면서 한국어로 된 여호와증인 web site link를 보내주었다.
종교는 일종의 신념이다. 여호와증인이 이단인지 아닌지는 내가 알바아니나 군대에 가지 않고 교도소에 간다는 그 신념이 너무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절대 바뀌지 않는 신념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 어떤 말로도 설득되지 않는 강한 신념의 소유자는 신념에 비하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목숨조차도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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