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20 용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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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20 용두암

2018.11.21

어제까지 맑고 화창하던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것 같은 잿빛이었다. 하늘도 우리의 제주 여행이 끝나 미세먼지 가뜩한 서울로 돌아 가는 걸 슬퍼하는 듯 보였다. 1시간 반 가량 페달을 밟아 제주시에 들어섰다. 시내로 잘못 빠져 나왔는지 많은 차들이 자전거 옆으로 쌩쌩 달려 작은 돛단배 같은 미니벨로가 심하게 흔들렸다.

용두암 가서 아침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배가 아플 정도로 고파 만사를 제쳐두고 식당을 찾았으나 잘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에 문을 여는 식당은 드문 것 같다. 길을 가는 사람에게 물어 가까스로 해장국 파는 집을 찾았다. 대부분의 식당에는 자전거를 가게 안으로 들려놓기를 거부한다.

해동이네 해장국

이건 그냥 자전거가 아니라고 설명해도 잘 이해를 못했다. 팔리 모왓의 “개가 되고 싶지 않은 개”에 나오는 똥개 “머트”처럼 자전거이면서 자전거이기를 거부하는, 그렇다고 자기가 오토바이나 승용차같이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일반 미니벨로에서 볼 수 없는 고고한 기운이 서려 있어 함부로 취급할 수 없는 존재처럼 여겨 졌다.

다른 때 같았으면 코웃음치고 밖으로 나와 버렸겠지만 겨우 찾은 식당이고 원체 배가 고파 미니벨로를 식당 앞에 세워두고 밖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는데 J가 너무 입구라고 뒤로 가잖다. 며칠 동안 냉냉한 분위기였다 어제 고량주 마시고 극적으로 이사장에서 형님으로까지 발전했는데 거절하기가 애매해 그냥 그가 원하는 자리로 옮겼다. 해장국은 맛있었지만 내 신경은 온통 밖에 세워 둔 자전거에 가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주인에게 길을 물어 해안도로를 따라 용두암으로 갔다. 인증부스 옆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를 세우고 바다 가운데 비상하는 용의 모습을 한 바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한 무리의 왁자지껄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강한 어조가 정신을 산란스럽게 만들었다. 사드 이후 제주에 그렇게 많던 중국인 관광객이 거의 사라졌다 최근에 조금씩 늘어 나는 추세라고 한다.

자전거 여행객 두 명을 만났다. 오늘 제주에 도착하여 출발지 용두암에 왔다고 이제부터 일주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자전거는 공항 근처에서 하루에 20,000원씩 3일간 빌렸는데 중간에 반납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한단다. 아무리 작은 미니벨로라고 해도 비행기에 싣고 다니기는 사실 너무 힘들기 때문에 빌려서 타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을 따라 밑으로 내려가니 해산물 파는 노천 가게들이 보였다. 해삼과 멍게 등이 보였는데 멍게 두 개가 20,000원 해삼은 30,000원 한 접시에 50,000원이란다. 아무리 해변에서 용두암을 바라보며 해산물에 소주 한잔하는 낭만이 그리워도 바가지 상술에 굴복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J도 너무 비싸다고 여기서 먹는 사람들은 아마 재벌일거라고 맞장구를 처 주었다. 호칭이란 인간관계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형님이라고 부른 이후 황제처럼 군림하던 대기업 이사의 권위를 버리고 조폭 세계의 똘마니로 변신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말 놓는 게 어색해서 조금이라도 높임말을 하면 바로 “형님 말씀 낮추세요”라는 대답이 돌아 왔다.

용두암

용두암은 지질학적으로 보면 용암이 분출하다가 굳어진 것으로 용담동 용연 부근의 바닷가에 위치한 높이 10m의 바위이다. 그 모양이 용머리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 멋진 용머리 바위에 전설이 없을 수 없을 것이다.

전설

옛날 용궁에 살던 이무기 한 마리가 하늘로 승천하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가지면 승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안 용은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몰래 훔쳐 용현 계곡을 통해 무사히 몸을 숨겨 내려 왔으나 용현이 끝나는 바닷가에서 승천하려다 들키고 말았다. 승천을 하는 순간 대노한 한라산 신령의 화살을 맞고 바다에 떨어졌다. 용은 승천하지 못한 한과 고통으로 몸을 뒤틀며 울부짖는 모습으로 바위가 되었다.

또 다른 전설로는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왔다가 산신이 쏜 화살에 맞아서 죽었는데 그 시체가 물에 잠기다가 머리만 물위에 뜨게 되었다라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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