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18 함덕해수욕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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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19 함덕해수욕장-1

“한국의 몰디브”라고 불리는 제주에서 제일 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함덕해수욕장에 도착했다. 5시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해는 어느덧 긴 그림자를 남기며 서쪽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해변 오른쪽에 위치한 오름(서우봉) 밑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평화롭게 보였지만 우리는 아주 지쳐있었다. 삼일 동안 파죽지세(破竹之勢)로 강행군했던 그 휴유증이 나타난 게 아닌가 추측된다. 오늘의 목표지 제주시까지는 아직 30km 정도가 남아 있다.

J는 더 이상 못 간다고 여기서 자고 가자고 강력하게 졸랐다. 그의 요청을 거부할 명분이 필요했다. 인증부스근처에는 무료 와이파이가 된다. 여기는 마땅한 숙소가 별로 없을거라고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며 아고다 앱을 동작시켰다. 현재 위치 반경 1km 내에 있는 숙소가 수십 개가 포착되었다.

당황스러웠다. 거절할 명분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사람마다 선택의 기준은 다 다를 것이다. 가성비를 최고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망이나 시설을 따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난을 숙명처럼 안고 태어난 나 같은 사람은 무조건 가격을 먼저 본다. 물론 가격도 싸면서 시설도 좋으면 좋겠지만 작은 그림 몇 장으로 시설을 판단하기는 아주 어렵다.

포엠하우스

가깝기도 하고 가격도 싼 포엠하우스에 예약을 하고 J를 데리고 GPS를 보며 근처로 갔다. 제주관광호텔 바로 앞에서 GPS가 동작을 멈추었다. J가 23만원 하던 그 호텔인 줄 알고 너무 좋아했다. 순간 약간의 자책감(自責感)이 들었다. 그가 30,000원대 작은 숙소를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쫀쫀하게 생각할까?

그러나 이미 물은 엎지르진 뒤다. 아래 위로 자세히 보니 건물 위쪽에 작은 글씨로 포엠하우스라는 게 보였다. 아마 건물 3~5층을 세 얻어 숙소로 영업하고 있는 듯했다. 앞에서 얼쩡거리니 입구 작은 박스 같은 데서 젊은 사람 하나가 튀어 나왔다. 방금 예약했는지를 물었고 숙소에 아직 불을 넣지 못했으니 TV 옆에 난방 스위치를 올리라고 했다.

비좁은 엘리베이터에 간신히 자전거 두 대를 싣고 3층으로 올라 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의식적으로 J의 눈길을 피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J의 찌그러진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J는 방에 들어서자 불만 썩인 목소리로 방을 바꾸어 달라고 해야겠다고 밑으로 내려갔다. 자기가 원하는 침대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쪽 방 밖에 없다고 투덜거리며 올라왔다.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 갔으나 찬물 밖에 나오지 않았다. 식사를 해먹을 수 있는 부엌이 있어서 좋다고 했더니 방이 너무 좁고 시설이 형편없다고 반격했다. 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먹서먹한 기운이 우리 사이를 휘젓고 다녔다.

물이 데워지기를 기다려 샤워를 하고 6시 반경 식사하러 밖으러 나왔다. 오늘이 마지막 밤이다. 낼 11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 가면 이번 여행은 끝이 난다. 뭔가 기억에 남을 만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싸구려 숙소를 얻었다는 자괴감에서 이번 식사비는 내가 낼 테니 좀 맛있는 것 먹자고 하는 얘기가 목 안에서 계속 맴돌았지만 끝내 하지 못했다.

이미 불문율처럼 굳어진 우리 돈 계산 시스템을 깬다는 게 어떤 파장을 불러 올지 한편 두렵기도 했다. 이제 남아 있는 카드는 한 장밖에 없다. 무조건 가격이 저렴하고 맛있는 가게를 찾아야 한다. 젊은이들 중에는 근처 맛 집을 검색하고 가격까지도 미리 알고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던데… 난 먹는 걸 좋아는 하지만 식당을 고르는 재주는 없다.




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19 함덕해수욕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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