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14 쇠소깍
제주도 환상의 자전거 도로에는 10개의 인증센타가 있고 6번째인 쇠소깍에 10시경 도착했다. 이 지역이 감귤의 주산지라서인지 도로변에 유난히 감귤밭이 많이 보였다. 지나가면서 손으로 딸 수 있을 정도로 울타리도 없는 감귤밭이 피곤한 자전거 여행객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다.
짙은 녹색 물위를 가로지르는 캬약들이 주변 절경과 어울려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했다. 물 속에 풍덩 뛰어 들어 수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은 참 무서운 것이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행위를 계속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이 습관이 자신의 운명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금기사항
직설적이고 남의 눈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개성 강한 J가 드디어 문제를 일으켰다. 내가 드디어 라고 한 건 기다리고 있었다는 얘기는 아니고 항상 불안 불안했었는데 그 불안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의미이다. 물론 J 본인은 절대 문제라는 내 말에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근처 가게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초콜릿 20박스를 10,000원에 판다고 들고 나타났다. 옷가지 하나라도 더 줄여야 하는 자전거 여행객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금기사항을 어기고도 너무 싸다고 좋아했다. 난 너무 기가 찼지만 성은 못 내고 제발 가서 반품하던지 다 먹고 오라고 좋게 설명했지만 듣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자전거 오른쪽 핸들에 걸고 뒤뚱거리며 따라 왔다. 자전거는 균형이 중요하다. 한쪽 핸들이 무겁고 무게 중심이 흔들리면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고 금방 지쳐버린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가지 않아 허리가 너무 아프다고 징징대며 계속 처지기 시작했다.
미워서 그냥 두어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오늘 제주까지 가기는 어려울 듯해서 초콜릿을 핸들 중심부로 옮기고 배낭에 들은 물 두병도 받아 내 패니어와 내 배낭에 옮겨 주었다. 함께 움직일 때는 자신보다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가 싸게 쌌다는 그 초콜릿은 우리가 서울로 가는 제주 공항 바로 근처 용두암에서도 같은 가격으로 팔고 있었다.
한 광주리에 3000원 하는 감귤조차도 짐이 될까 망설였는데.. 다행히 귤은 너무 맛있었어 제주에서의 최고 행운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쇠소깍
제주도 서귀포시 하효동에 있는 쇠소깍은 원래는 소가 누워있는 형태라 하여 쇠둔이라는 지명이었는데,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어 ‘쇠소깍’이라고 붙여졌다.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쇠소는 용암이 흘러내리면서 굳어져 형성된 계곡 같은 골짜기로 이름만큼이나 재미나고 독특한 지형을 만들고 있다. 쇠소깍은 서귀포칠십리에 숨은 비경 중 하나로 깊은 수심과 용암으로 이루어진 기암괴석과 소나무숲이 조화를 이루면서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한다.
쇠소깍 전설
쇠소깍에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오는데 지금으로부터 약350여 년 전 이효마을에 어느 부잣집 귀여운 무남독녀와 그 집 머슴의 동갑내기 아들이 신분상 서로의 사랑을 꽃 피우지 못하였다. 이에 비관한 총각은 쇠소깍 상류에 있는 남내소에 몸을 던져 자살을 하였다.
이를 뒤 늦게 안 처녀는 남자의 죽음을 슬퍼하며 시신이라도 수습하게 해달라며 쇠소깍 기원바위에서 100일 동안 기도를 드렸는데 마침 큰비가 내려 총각의 시신이 냇물에 떠 내려오자 처녀는 시신을 부둥켜 안고 울다가 기원바위로 올라가서 사랑하는 님을 따라 ´쇠소´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 후 하효마을에서는 주민들이 가련한 처녀총각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마을 동쪽에 있는 응지동산에 당을 마련해 영혼을 모시고 마을의 무사안녕과 번영을 지켜주도록 기원을 드리게 되었는데 지금에는 할망당 또는 여드레당이라 불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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