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12 자구리해안
생전에 인정받지 못하고 불행한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난 후에 그 진가를 인정받아 작품이 고가에 판매된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예술가가 한국에도 있다면 아마 이중섭일 것이다. 그림재료를 살 수 없어 담배곽과 은박지에 그림을 그릴 정도로 극심한 가난에 시달렸고, 거식증과 조현증 증세를 보이다 1956년 간염으로 41세의 나이로 요절한 천재 이중섭이 파난와서 살았다는 자구리 해안에 도착했다.
천지연폭포에서 정방폭포를 가는 중에 우연히 들리게 된 자구리해안이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가다가 힘들면 쉬기도 하고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구경하고 가면 된다. 정해진 시간에 출발할 버스도 없고 예약되어 있는 숙소도 없다. 그냥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내키는 대로 가면 된다.
J는 지난번에 와 본 곳이라고 내게 긴 4.9km 산책로와 산책로 따라 만들어진 조형물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 긴 거리를 들러 볼 시간은 없다. 문섬과 섭섬이 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자구리에서 게를 잡아 먹고 살았다는 이중섭의 얘기를 빼면 자구리해안은 그렇게 감동스러운 곳은 아니다.
이중섭 박물관
1961년 평안남도에서 출생한 이중섭은 성장기에는 부유했던 외조부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미술공부를 할 수 있었다. 유학 시절 만난 일본인 이남덕{李南德, 본명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과 결혼했다. 1950년 한국전쟁 때 월남해서 부산, 통영, 제주도 등지에서 살았다.
서귀포시는 1951년에 이중섭 가족이 살았던 집을 이중섭 박물관으로 개조했으며 그 주변으로 이중섭 거리를 조성하였고 매년 9월에는 이 거리에서 이중섭 예술제를 연다. 유토피아로 는 이중섭 미술관에서 소양기념관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운 제주도 풍경”이라는 게 잡는 그림 속에는 그 당시 부인과 어린 두 아들과 함께 게를 잡으며 행복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자구리해안
자구리란 밴뎅이의 방언, 고치로부터 실을 뽑으며 얼레에 감는 일 , 또는 그 기구 등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그게 이 지역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해안에 펼쳐진 멋진 목책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 가면 해안 따라 주름 잡힌 절벽이 병풍처럼 처져있다.
여기 조성된 문화예술공원에는 여러 조각들이 놓여져 있다. 커다란 두 손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은 "게와 아이들 - 그리다" 로 장미진 작가가 이중섭 화가의 가족들을 회상하며 만든 작품이다.
해안의 독특한 풍광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이중섭의 그림과 이야기들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도 전설이나 Story가 없으면 생명이 없는 물체에 불과할 뿐이다. 돌하나 나무 한 그루에도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후손들이 할 일이다. 가련한 천재 이중섭의 이야기는 여기를 찾는 관광객에게 한 없는 영감을 준다.
살아 생전 헐벗고 궁핍했던 그의 사후, 그가 담배갑에 그린 작은 황소 그림하나가 45억원에 팔렸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멍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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