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벨로타고 제주일주-3 애월읍
날씨도 좋지 않고 오후에는 비 예보까지 있어 서귀포까지 가려면 빨리 서둘려야 한다. 다행히 브레이크 고장 고친 후에는 J도 잘 따라 왔다. 굳이 인증부스를 목표로 하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해안도로를 따라 돌다 보니 인증부스가 이정표가 되어 버렸다.
다락쉼터
첫 번째 만난 인증부스는 애월읍에 있는 다락쉼터였다. 가는 길에 갈매기 때들이 바다 위 화산 바위 위에 포진하고 있는 것 말고는 큰 특이사항은 없었다. 쉼터는 일종의 조그마한 공원이다. 사람도 거의 없고 해녀상을 비롯한 조각들이 몇 개 보였을 뿐이다. 햇빛이라도 났다면 내려서 사진이라도 찍었을텐데… 잔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사진기만 꺼내 몇 장 찍고 바로 출발했다.
애월읍
애월은 최근 효리 때문에 아주 유명해진 곳이다. 난 TV에 “효리민박”이라는 프로를 얼핏 봤지만 거기가 애월인지는 전혀 몰랐다. 내게 있어 애월은 잊지 못할 추억이 아로새겨진 곳이다. 내가 유일하게 피가 썩이지 않은 사람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어른이 여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을 통해 제주도 놀러 오며 소개받은 분인데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의리를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분이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에서 반평생을 보낸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 그 뒤 걸핏하면 식구들 데리고 제주도에 내려와 그 집에 머물며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서 낚시도 하고 맛있는 똥 돼지도 먹곤 했다.
하루는 대접 잘 받고 공항까지 데려주어 너무 고마워 감사를 표현할 방법이 마땅찮아 용돈하시라고 돈을 주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돈 준 내가 얼마나 무안하고 부끄러웠는지 지금 생각해도 식은 땀이 난다. 꺼낸 돈을 다시 집어넣은 적은 난생 처음일 것이다. 그 뒤 돈을 준다는 행위가 경우에 따라 얼마나 유치하고 불손한지를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잠깐이라도 들러 인사라도 하고 가고 싶었지만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같이 온 일행을 설득시켜 길을 더듬어 찾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 포기했다. 다음에 꼭 다시 찾아오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해거름마을공원
협재해변을 지나 선인장으로 유명한 월령마을을 통과하면 한경면 해거름마을이 나타난다. 다락쉼터에서 20.9km 떨어져 있다. 쉼터보다는 규모가 훨씬 크다. 야영장도 있고 축구장, 농구장, 어린이 놀이터, 전망대등이 있었다. 무엇보다 탁 트인 바다 한가운데에 유유히 돌고 있는 풍차가 멋있게 보였다.
아점식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50km 정도를 달려 왔으니 배가 안고프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J도 배가 고픈지 식사를 하고 가자고 해서 근처 식당을 찾아봤지만 관광 철이 아니라서인지 문을 안 연 집도 많고 제주도의 특산품이라는 고등어나 갈치조림은 가격이 너무 비쌌다. 물론 제주 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놈이겠지만 서울보다 몇 배나 비싼 가격으로 사먹는 것은 자전거 여행객이 해서는 안될 일처럼 여겨졌다.
허기진 배를 움켜 잡고 몇 군데 식당을 돌다 골목 안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갈비탕 11,000원, 좀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7만 원짜리 갈치구이 메뉴를 방금 보고 온 터라 위로가 되었다. 배가 고파서겠지만 고기도 많고 맛도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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