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에 정기 검진이 있어서 왔습니다.
재작년에 오른쪽눈 백내장 수술을 하고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으러 옵니다.
매번 예약을 하는데도 대기시간이 길어 지루하네요 ㅎ
아직 그렇게 많은(?) 나이도 아닌데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고 하면 대부분 깜짝 놀랍니다.
언젠가부터 오른쪽 눈에 뭔가 이물질이 긴것 처럼 답답하고 불편했는데
3년전에 어떤 사건이후에 눈이 급격히 나빠지더군요.
저희 집에서 가깝게 사는 회사 형이 한명 있었습니다.
방향이 같으니 퇴근은 같이했었는데
서로 집이 도보로는 좀 먼 거리라 회사 회식때 말고는 둘이 따로 술한잔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은 큰맘(?) 먹고 둘이 술한잔 하기로 하고
아침에 퇴근후 저녁때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밤에 일하는 직업이라 퇴근을 아침에 합니다.)
한숨자고 일어나서 그 형을 만났는데
약속장소까지 걸어 왔다고 하더군요.
거리도 꽤 되고 인도도 없는길을 찻길따라 걸어왔다고 하길래
술한잔 하면서 잔소리잔소리를 했더랬습니다.
갈때는 꼭 택시 타고 가라고...
둘이 3차까지 거하게 마시고 헤어진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생각이 안나더군요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고 있는데
문자가 하나 날라왔습니다.
그 형의 부고 문자였습니다...
문자를 보고 한동안 멍 했습니다.
이게 뭐지? 도대체 이게 뭐지???
내가 꿈을 꾸고 있는건가 혼란스러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팀장님과 통화를 해보니
교통사고 였습니다.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갔고
집과 반대방향으로 찻길따라 걸어가다가 택시에 치였다고 하더군요.
그날 같이 술을 마셨던 저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고...오히려 제가 자책할까봐 모두들 제 탓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내가 술을 좀 덜 먹고 택시를 태워 보냈더라면....
위험한데 걸어왔다고 뭐라고 해놓구서는
같이 정신없이 술먹고 노느라 챙겨보내지 못했으니까요...
충격과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오른쪽눈의 거의 안보일 정도로 급격히 나빠졌고
결국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게 벌써 3년전이네요
지금도 가끔...
그때 그렇게 된 상황에 과연 나의 책임은 없는걸까에 대한 질문을 가끔 해보곤 합니다.
그리고 그 형이 아닌 제가 그렇게 됐을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며
허투루 살아서는 안된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 제 차례가 왔네요
그런데 진료받으러 들어갔더니 제가 이름을 잘못 듣고 들어간거였습니다;;;
그래도 뭐 들어간거니 진료를 받고 나왔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자기 차례였는데 제가 들어갔다고 간호사에게 막 뭐라고 하시더라구요 ㅠㅠ
간호사가 전산 오류라고 둘러대며 죄송하다고 하는데도 계속 뭐라고 하시길래...
제가 이름 잘못듣고 들어간거라고 죄송하다고 사과드렸습니다.
할아버지께 죄송하긴 하지만 이름을 잘못들은 덕분에 생각보다 일찍 진료가 끝났네요 ^^;;
백내장 수술을 했어도 후발성으로 다시 발생될수 있다고
이렇게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마치 저한테 잊지 말아야 한다고 깨우쳐주는
알람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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