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비즈 / 과학기술 ] 영역
지식 · 교양 에세이 no.1
부제 : 팬과 대중에게 권력을 주는 블록체인
다음은 어디까지나 상상입니다. 그러나 조만간 ‘있을 법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암호화폐로 빅뱅 코인을 만든 지 꼭 5년이 되는 해다. 그런데 하필 올해 말 빅뱅 멤버 중 맏형 탑이 대마초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었고, 급기야 유죄 판결을 처분 받았다. 몇 년 전 리더 지드래곤도 탑과 유사한 구설수에 올랐지만 그때는 불행 중 다행으로 지드래곤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터라, 빅뱅 코인의 가치가 폭락할 뻔했던 상황을 용케 모면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고의 수위가 달랐다. 검찰은 의심이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피의자를 기소했고, 법원은 검찰의 기소가 옳다고 판단해줬다. 비록 집행을 유예 받았지만 유죄는 유죄였다. 이에 빅뱅 코인의 가치는 ‘확실히’ 폭락해버렸다. 그리고 한해가 넘어가는 지금에도 하락 중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조만간 ‘1 빅뱅 코인’의 가치는 빅뱅 코인 거래소가 절대적으로 보장하는 ‘1달러’ 근처까지 하락할 태세다. 한 장에 호가가 수백만 원까지 치솟은 콘서트 티켓 값은 어느 순간 1/3 가격이 되어버렸다. 빅뱅과 관련한 모든 앨범 및 곡의 가격과 굿즈들의 값도 마찬가지였다. 빅뱅 코인 거래소는 마치 대공황 시절의 뱅크런 현상처럼 매도창에 대화재가 발생한 상태다.
일부 팬들은 코인을 얼른 손절했고, 일부 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뱅의 부활을 믿고 -시쳇말로- ‘존버’했다. 매우매우 극소수이기는 했지만, 몇몇 코인 보유자들은 빅뱅의 대항마가 될 것 같은 차세대 연예인의 코인으로 환승했다. 빅뱅이 앞으로 더욱 승승장구할 것이라고 믿고 올해 중반 쯤 빅뱅 코인을 구매한 사람들은 코인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갑자기 -소위- ‘고층 거주민’이 되어버렸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코인판 은어로 ‘구조대’를 기다려야하겠지만, 연예계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어 코인 제도가 정착된 요즘은 한번 소비자들에게 실망을 준 연예인이 회생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그만큼 연예인 코인이 상용화된 요즘에는 연예인들에게 대중이 곧 절대 권력자가 된 셈이다. 이제 대중들은 연예인 코인이 없었던 과거에 비해 훨씬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조금 속되게 표현하면 꽤 이해 타산적으로 연예인을 선택하고, 또 갈아탄다.
손해는 일부 팬들이나 시민들만 입은 것이 아니다. 손해라고 치자면 탑 본인을 포함한 빅뱅 멤버 전원이 피해 규모는 더 크다. 빅뱅 멤버 각자도 모두 빅뱅 코인 보유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빅뱅 코인 총량의 50%나 보유 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코인 문화가 유입된 이래로, 연예인들은 자기 이름으로 발행된 코인의 50% 내외를 보유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것이 팬들에게 본인이 진정성 있게 활동하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일종의 징표나 상징처럼 되어버린 탓이다. 오히려 대중들은 본인의 이름이 달린 코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연예인들에 대해서 우호적이지 않은 편이다. 그런 코인들은 대개 코인판 은어로서 ‘스캠 코인’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몇몇 찌라시 미디어에서 빅뱅 멤버 중 일부가 자신의 코인을 전량 매각했다는 소문을 보도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 일로 중이다.
스춘문예(스팀잇 신춘문예)라 생각하고 소설 한번 써보았습니다. 그러나 앞서도 얘기했듯이 픽션, 즉 실현 가능한 스토리일 수도 있습니다. 비단 그 스토리의 주역이 위 소설처럼 빅뱅이 아니라, 얼마든지 다른 연예인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죠.
실제로 연예계와 관련한 산업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암호화폐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들은 이미 어느 정도 시작된 편입니다. 작년(2017년)에는 YG 기획사가 빅뱅 멤버 중에서 태양의 솔로 콘서트를 타이완에서 개최했는데, 그때 콘서트 관련 상품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코인을 만들어 배포했습니다. 이때 기술적으로 도움을 준 업체가 바로 ENT라는 토큰을 만든 회사입니다. 나름 시범적으로 운용한 것이 성과가 좋았는지 다음 지드래곤 콘서트 때에도 해당 콘서트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SM 엔터테인먼트도 블록체인 기술을 토대로 토큰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풍문도 있고, 얼마 전에 스타그램 코인을 개발한 업체도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여 자신들의 코인이 어떻게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접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이렇게 연예계에서 코인을 만들고, 나아가 연예인 각자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은 코인이 활성화된다면 기획사·연예인·팬·일반인을 포함한 <연예 생태계>는 어떻게 변할까요?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감히 ‘예측’을 해보자면, 연예인들은 어쩌면 이제 기획사에 충성을 다하는 만큼 팬들에게, 그리고 팬이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도 나름 잘 보이려 노력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오히려 기획사보다 이제는 팬심과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위 소설에서도 기술했듯이 결국 연예인 A가 자신의 가치를 증빙하고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수익이 되는 원천이 ‘A 코인’이라서 그렇습니다. 이제 연예인의 수입 원천은 소속사로부터 때마다 받는 정산 금액이 아닙니다. 방송 출연료나 CF 계약금, 행사비도 아닙니다. 팬들이 직접 지불하고, 코인 구매자들이 직접 투자한 ‘코인의 가치’가 본인 수입의 원천입니다. 따라서 연예인 A도 A 코인이 가치를 유지하거나 더욱 상승하는 일이 본인에게 이롭습니다. 그래서 연예인은 팬들과 대중들에게 좋게 말하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고, 나쁘게 말하면 눈치를 잘 살펴야만 합니다.
연예인 블록체인 시장에서 연예인에 대한 팬과 대중의 평판은 곧 코인 가치의 높고 낮음을 결정하고, 바로 그 코인 가치에 따라 연예인은 기획사로부터 일거리를 더 많이 제공받을지 여부, 방송·CF·행사 제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여부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연예인 A를 출연시키려는 방송사, CF 계약업체, 각종 행사 주최자들도 A 코인의 가치 정도에 따라 A씨를 고용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입니다. A 코인의 가치가 낮다면, 그만큼 팬이나 대중들이 A씨에게 호감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A씨를 고용하려는 사업자들도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코인 가치가 낮아 수입이 시원찮은 A씨는 코인 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추가적인 돈벌이도 막막해지게 됩니다. 코인 가치로 인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반대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판을 얻고 그를 계속 상승시키는 연예인들은 추가적인 돈벌이에서 선순환을 경험하겠죠.)
연예계에 코인 생태계가 확립되면 소속사는 아마도 예전만큼 연예인들을 관리하고 계도할 필요가 없어서 한편으로는 홀가분해질 수도 있습니다. 코인 생태계에서는 결국 평판이 중요하다는 것을 연예인들 스스로가 깨닫기 시작하면 알아서 자중하는 일이 많아질 테니까요. 거칠게 말해, 사건·사고 한번 잘못 일으켰다가 한방에 훅- 가지 않도록 연예인 스스로가 사건·사고를 일으키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물론 암호화폐가 없는 지금 연예계에서도 연예인이 거대하게 사건·사고를 일으키면 한두 방에 훅- 가는 일이 있지만, 그 중에는 한 몇 년 자숙하(는 척 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획사의 비호와 철저한 컴백 전략 하에 무사히 복귀하고 다시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컴백하는 연예인에 대해서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인터넷 댓글 창에 정당한 비판을 가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대중들 중 절반은 기억이 반쯤 소실되어서 컴백 소식에 별 생각이 없고, 절반은 마치 탕아를 반기는 엄마의 심정으로 ‘미워도 다시 한 번’ 같은 스탠스를 취합니다. 기획사나 연예인도 대중들의 이러한 심리구조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야금야금 컴백 즈음에 맞춰 기획사가 인맥과 금맥을 동원하여 연예인을 복귀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은근슬쩍 당하고 말죠.
그런데 암호화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는 이 같은 컴백 꼼수가 통하기 힘들 것입니다. 예를 들어 A 연예인이 막말로다가 大참사를 일으켜서 A 코인의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실제로 돈을 잃은 사람들>이 상당수라고 합시다. 그런데 몇 년 뒤 -역시나- 자숙하(는 척 하)다가 A 연예인이 돌아온다?! 과연 그 사람 때문에 한번 거하게 재산을 탕진했던 사람들이 쉽사리 그 사람을 용서해줄까요. 글쎄요. 필자는 소인배라서! 만약 그러한 상황이라면 결코 받아주지 못할 듯합니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데이터는 삭제·조작이 불능인 것처럼, 한번 흑역사를 ‘블록 형성’한 연예인도 대중들이 과거에 느낀 실망과 분노를 삭제·조작하는 것은 상당히 힘들 것입니다.
물론 대형 기획사는 과거에 했던 것처럼 소속 연예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없겠죠. 어쩌면 연예인에 대해 행사하는 권력이 줄은 만큼 기획사가 얻는 수익도 줄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속 연예인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범적인 태도로 근무하고 그로 인해 기획사의 간접 수익도 높아진다면, 소속 연예인들을 단속하고 뒤처리해주는 비용을 어마어마하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엔터테인먼트 회사 입장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히려 이익이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앞서의 얘기들을 종합하자면, 언터테인먼트 업계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된다면 지금까지 대개 피권력자일 수밖에 없었던 팬이나 대중들이 -어쩌다(!?), 극적으로(?!)- 권력을 이양 받게 되는 셈입니다. 비록 팬이나 대중 한 사람 한 사람은 개인에 불과하고 각자가 가진 권력의 양이라는 것도 미비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개개인이 모두 모인 하나의 집단체는 그 크기만큼이나 권력의 양도 비대해집니다. 이제 팬심과 덕질은 더 이상 죄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권리이고, 힘입니다. 모쪼록 블록체인 기술에 상당히 희망을 걸고 있는 개인으로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암호화폐가 연예 생태계를 한층 투명하고 한발 더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Summary for 3 Lines (for English users)
- There are some entertainment company that is going to develop and make a cryptocurrency which is for using in entertainment buisnesses.
- If there are the cryptocurrencies named after the entertainer, fan and people can be a private investor for the entertainer, then the entertainer have to keep or increase the value of his/her coin.
- At last almost entertainers want to has a high reputation by the technology of blockchain, and then, the entertainment environment would be like to guarantee almost customer's opinions and needs rather than ensure entertainers's or entertain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