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 보는 벚꽃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술을 한 잔 하고 알딸딸 한 상태에서 보면 더 예쁘죠. 그리고 여자 친구나 남자 친구와 함께 보면 행복뿜뿜입니다.
여자친구와 술한잔 하고 손 잡고 밤 벚꽃길을 걷는 듯한 몽환적인 애니가 바로 <밤은 짧아 걸어 이 아가씨야>입니다.
검은 머리 아가씨는 술을 좋아하지만 남들 눈치 때문에 술을 마음껏 마시지 못합니다. 언제 술을 원없이 먹어 보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알딸딸한 상태로 주점 거리로 2차를 갑니다. 2차에서 술꾼 이백과의 술 대결에서 승리한 후 기묘하면서 1년 같이 긴 밤 마실을 합니다.
기나긴 밤 마실에서 여러 비밀 주당 모음에서 이상한 춤도 추고 교토 폰토초 여름 헌책시장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을 찾아 다니다가 게릴라 연극을 관람하고 직접 출연까지 합니다.
이런 검은 머리 아가씨를 흠모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선배는 좋아하는 여자 후배 앞에서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지 못하고 최대한 우연을 가장해서 눈에 많이 띄게 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우연이 우연 이상으로 쌓이면 필연이 되는 구태스럽고 우직하고 소심한 전략을 구사합니다. 선배는 여자 후배가 원하는 헌책을 얻기 위해서 뜨거운 음식 먹기 대결을 하는 등 여자 후배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서 열과 성을 다합니다.
딱 여기까지가 줄거리입니다.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논리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아닙니다. 그냥 술에 잔뜩 취해서 혀 꼬부라진 소리나 초등학생이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무말 대잔치 같은 스토리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괴이한 스토리와 진행 때문에 호불호가 강한 영화가 <밤은 짧아 걸어 이 아가씨야>입니다. 제목 자체도 괴이하죠. 그러나 술 한 잔 걸치고 논리의 이성이 아닌 감성 충만하고 느슨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주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작화도 독특합니다. 팝아트나 색판화 같은 강렬한 원색이 난무하고 대충 그린듯 하지만 뛰어난 상상력을 시각화한 작화 스타일은 매혹적이고 아름답습니다. 마치 술에 취해 밤벚꽃을 보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술에 취해서 보면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입니다. 다만 몇몇 에피소드는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합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술꾼인 이백이 검은 머리 아가씨에게 한 대사입니다. 1년 같은 하룻밤이 다 끝나기 전에 어서 이 남은 밤을 즐기라는 대사는 이 영화가 청춘들에게 하는 말입니다.
보통 청춘을 낮에 비유하는데 이 영화는 밤에 비유합니다. 아마도 이성이 지배하는 낮 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밤이 청춘에게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겠죠 수 많은 청춘들이 이성에 이끌려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고백을 하지 못하고 주저합니다. 그러나 감성에 이끌려 고백하고 후회하고 깨지는 것이 고백도 하지 못하고 평생 사는 것 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현재를 즐겨라 감성에 따라 움직여라. 감성에 따라서 평소에 먹고 싶었던 술을 마음껏 마시는 검은 머리 아가씨처럼 짝사랑만 하던 선배도 점점 이성이 지배하는 머리속을 박차고 나와서 감성의 바다로 나옵니다. 사랑충만한 그러나 괴이하고 독특한 일본 애니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입니다. 호불호가 강하지만 사랑 충만한 독특한 애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