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썼고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공감한다는 분들도 있고 스팀잇 생태계를 옹호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70개의 댓글을 읽어보면서 스팀잇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시선을 느낄 수 있었고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 명성도가 높은 분들은 현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글들이 많았고 명성도가 낮은 플랭크톤 분들은 저와 비슷한 불만을 보였습니다. 기득권과 비기득권의 구도가 확연히 드러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스팀잇이 자본주의 생태계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가와 비자본가 또는 유료 아이템을 사는 과금 유저와 스팀과 스팀달러를 사지 않는 무과금 유저의 구별이 확연이 드러났습니다.
어쩔 수 없죠. 자신이 스팀잇 투자자라면 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크지 않고 투자자가 아닌 글만 써서 수익을 내고 싶은 사람들은 불만을 토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과금 유저이건 무과금 유저인건 이 스팀잇이라는 게임(저는 이렇게 보는 게 스팀잇을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서 전체적인 수익이 올라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옳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팀잇 사용자를 더 늘려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스팀잇은 스팀과 스팀달러 가격의 하락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스팀잇에 대한 문제점은 많긴 하지만 좋은 점도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악플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블로그를 10년 정도 운영을 하면서 온갖 악플을 겪어봤고 지금도 악플 하나 지우고 왔습니다. 10년 정도면 악플에 무신경해 질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입니다. 권투 선수의 '펀치드렁크'처럼 악플에 내성이란 없습니다. 다만 견디는 요령을 알 뿐이죠.
논란의 글에도 악플이 없는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제 나름대로 분석을 해봤습니다.
스팀잇은 마이크로 블로그. 긴 트위터라는 소리도 있긴 하지만 제가 1달 정도 사용하면서 느낀 스팀잇은 하나의 거대한 커뮤니티입니다. 가상화폐 글이 많아서 가상화폐 커뮤니티라는 소리도 있지만 크게 보면 그냥 스팀잇 하는 분들이 모인 커뮤니티라고 보여집니다. 이렇게 커뮤니티 성향이 강하면 결속력이 강하고 서로가 서로를 아주 잘 압니다.
게다가 스팀잇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국내 유저가 5천에서 1만명 내외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더 적은 수가 스팀잇을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사용자가 적고 커뮤니티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악플을 달면 바로 소문이 쫙 퍼지기 때문에 쉽게 악플을 달 수 없습니다.
마치 네이버 카페에 악플이 없는 것처럼 스팀잇에서 악플을 달면 매장 당하기 쉽습니다. 이게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스팀잇을 처음 할 때 깃발이 보팅인 줄 알고 누르고 다녔습니다. 그러다 한 분이 저에게 다운보팅 하셨죠?라는 글에 깜짝 놀랐습니다. 깃발은 신고와 같은 기능으로 업보팅의 반대로 글을 쓴 저자에게 수익을 내리고 명성도도 내리는 기능이라고 하네요.
빠르게 깃발을 누른 글들을 찾아가서 깃발을 제거했습니다. 제거하면서 놀란 것은 보통 악성 댓글이나 스펨성 글을 신고하면 신고자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스팀잇은 누가 다운보팅을 했는지 기록에 남습니다. 따라서 신고자(다운보팅한 스티머)가 누군지 알 수 있습니다.
신분 노출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안 좋은 점도 많습니다. 먼저 감정적인 다운보팅을 하고 어뷰징 또는 스팸성 글이라서 다운 보팅을 양심껏 해도 다운보팅을 받은 사람이 다운보팅을 한 사람에게 다운보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다운보팅 전쟁이 일어날 수 있죠. 재미있게도 다운보팅도 명성도 높은 사람의 다운보팅력이 높아서 플랑크톤과 고래가 다운보팅 전쟁이 벌어지면 플랭크톤은 참거나 글을 써서 하소연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고래의 양심적이고 상식적인 다운보팅이 중요합니다. 이 스팀잇은 권력이 높은 만큼 책임감도 높은 곳입니다. 따라서 고래들의 다운보팅을 통해서 악성 스티머나 스팸글이나 상식에서 벗어난 글을 제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논란의 글이나 문제가 없어 보이는 글에도 다운보팅을 해서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커뮤니티 성향이 강하고 명성도라는 명예가 있기 때문에 악플이 크게 자랄 수 없습니다. 이는 페이스북과 비슷합니다. 페이스북도 악플이 거의 없죠.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 관계망이 촘촘해서 악플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그런면에서 스팀잇은 페이스북과 비슷합니다.
PC 통신 시절에는 악플이 거의 없었지만 좀 더 개방적인 인터넷은 악플이 많습니다. 아니 인터넷 초기 시절인 90년대 후반과 2천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악플이 많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사용자가 많지 않고 선민의식이 있어서 자정 작용도 잘 작동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많아지고 다양한 세대가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악플이 기본이 되었습니다.
다음이나 네이버 포탈 뉴스 댓글을 보면 악플 달려고 태어난 사람들을 숱하게 보죠. 사용자가 많아지면 악플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스팀잇도 사용자가 100만명 500만명 넘고 한국 사용자가 10만명 50만명 넘으면 지금보다 악플이 많아지고 분란의 글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때는 커뮤니티 기능을 더 활성화 해서 악플을 줄이는 모습으로 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스팀잇은 오늘도 악플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점은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