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쓰레기 = 기레기라는 단어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기자 선생님이라고 불리던 호시절은 지났고 이제는 어떤 기사를 써도 몰매를 맞는 기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언론이 신뢰를 잃고 일반인들도 떨어지는 정보력과 낮은 혜안과 통찰력을 가지고 언론사 사주와 권력자의 눈치와 떡고물만 챙기는 기자들이 만든 풍경이죠.
저 또한 기자라는 직함에 거부감부터 느껴집니다. 언론이 언론다웠으면 박근혜 같은 괴물이 태어났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언론인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JTBC 같은 언론인의 사명을 잘 아는 기자들 덕분에 박근혜를 탄핵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레기들이 너무 많고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런 기레기들이 봤으면 하는 영화가 <더 포스트>입니다.
영화 <더 포스트>는 1971년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가 함께 특종을 이어갔던 '펜타곤 페이퍼' 특종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 '펜타곤 페이퍼'는 트럼프 대통령부터 존슨 대통령까지 약 30년 간 미국 정부가 국민들을 속이고 전쟁을 했던 미국 정부의 치부와 거짓말을 담은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는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이 후손들을 위해서 작성한 보고서로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습니다.
맥나마라 밑에서 이 충격적인 보고서를 작성했던 전략 연구가 '댄 엘스버그'는 미 정부가 이길 승산이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베트남 전쟁에 미국의 젊은이들을 보내는 행태를 멈추기 위해서 이 4,000페이지가 넘은 1급 극비 문서를 뉴욕타임즈에 넘깁니다.
뉴욕 타임즈는 이 충격적인 극비문서를 다듬어서 3개월 후에 특종 보도를 이어갑니다. 이에 지역신문사인 '워싱턴 포스트'지의 편집장인 벤(톰 행크스 분)은 크게 화가 납니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에 있고 정치인 인맥이 많지만 정작 정부 비판 특종을 뉴욕 타임즈에 뺏기자 벤은 신문사 사주이자 발행인인 캐서린에게 '펜타곤 페이퍼' 복사본을 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영화 <더 포스트>는 특종을 먼저 터트린 뉴욕타임즈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아닌 뉴욕타임즈가 미 정부가 국가에 큰 위해가 된다면서 뉴욕타임즈가 펜타곤 페이퍼 관련 기사를 쓰지 못하게 법원에 고소를 합니다. 이에 법원은 기사 작성 금지를 명령합니다. 법원의 뉴욕타임즈 기사 금지 결정 기간에 특종을 이어서 내보낸 '워싱턴 포스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스타 플레이어이자 먼저 특종을 보도한 뉴욕타임즈가 아닌 워싱턴포스트지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발행인 캐서린 때문입니다. 캐서린은 아버지가 세운 워싱턴 포스트지를 남편이 자살하자 캐서린이 발행인이 됩니다. 가족 신문사이자 워싱턴 지역 신문사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주식 시장에 상장을 해서 자본을 끌어들이고 기사의 품질을 올려서 전국 신문으로 탈바꿈 하려고 시도를 합니다.
그러나 캐서린은 지금까지 수동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아버지와 남편이 시키는대로 행동을 했고 능동적으로 변화하기 보다는 주변의 말에 쉽게 휘둘립니다. 게다가 정치인들과 인맥을 위해서 언론사 사주의 역할 보다는 자신의 인맥 관리에 더 힘을 쏟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언론인의 사명이 철철 넘치는 편집장인 벤(톰 행크스 분)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유리정원에서 화초처럼 자란 캐서린에게 신문사 전체를 걸어야 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위싱턴 포스트의 한 기자가 '펜타곤 페이퍼'를 유출한 댄과의 인맥을 통해서 4,000페이지에 가까운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합니다. 뉴욕타임즈가 법원 결정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 없자 이 기회를 이용해서 워싱턴 포스트는 특종 반격을 할 예정입니다.
시간은 하루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 하루동안 캐서린은 이 특종을 보도하느냐 마느냐에 갈등에 쌓입니다. 이제 막 주식시장에 회사를 공개해서 많은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단계입니다. 1주일 동안 큰 사건 사고가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를 걸 정도의 큰 파괴력을 가진 특종을 움켜쥐게 됩니다. 특종을 터트리면 신문사 위상은 올라갈 수 있지만 형사법에 저촉되어서 징역을 살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들이 다 떠날 수도 있습니다.
캐서린은 변해갑니다. 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에 휘둘렸던 캐서린에서 점점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서서히 언론인이자 발행인의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캐서린은 자신의 친구인 전 국방장관 맥나마라에게 위해를 가하고 회사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립니다. 그리고 발행인이자 귀족 같은 언론 사주가 아닌 언론인 발행인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영화 <더 포스트>는 언론사 사이의 경쟁도 그리지만 거악이 힘으로 누루려고 하자 제 4의 권력기관인 언론사끼리 뭉치는 연대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의 사명과 언론인의 바른 자세를 영화 후반에 가득 채웁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부는 너무나도 대사가 많고 조용해서 지루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다가 나가는 관객도 꽤 있었습니다. 스필버그 감독 영화는 지루하지 않다는 편견을 가진 분들인 것 같습니다. 저도 스필버그 감독 영화인데 지루하지 않겠지 했는데 이 영화는 그런 편견을 깹니다. 전반부는 너무나도 지루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서서히 속도를 올리면서 마침내 큰 힘을 보여줍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꾸밈이 없습니다. 담백한 맛도 낼 줄 아는 스필버그 감독입니다. 그럼에도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우리는 이미 비슷한 일을 2016년 경험해서 새롭거나 놀랍게 느껴지지는 않습닏. 지난 2016년 JTBC의 폭로는 대통령을 탄핵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이런 선경험과 더 강력한 경험을 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면서 기시감도 느껴집니다. 또한 우리는 반대도 목격했습니다. 당시 먼저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도 기사를 묵혔던 조선일보는 시대의 변화를 방해했습니다.
영화는 지루하지만 언론사에 종사하는 분들은 꼭 봤으면 하고 기레기들은 강제로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글 하나로 세상을 혹세무민하는데 쓰인다면 그건 펜을 이용한 사회 모독이자 사회 살인 행위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신문은 역사의 초고다"
신문은 역사의 초고라는 벤 편집장의 말이 아직도 머리 속에 울리네요. 좋은 신문이 많은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언론의 사명을 제대로 그린 영화가 <더 포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