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하고(사실 하루 더 일했습니다)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일자리를 옮기는 문제로 아내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에 10월의 반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저는 2년여 전부터 직업에 ‘내 노동력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돈벌이를 하는 것’ 이상의 개념을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이 개념이 모든 직업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꼭 그렇지도 않다고는 하지만 공무원이나 교사 같은 직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사명감이나 성취감 같은 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노동력 이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많은 일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저는 자의반 타의반 그런 일자리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돈벌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개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사람을 구하는 사용자는 그 자리를 비슷한 노동력을 지닌 다른 사람으로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저 또한 상황에 따라 언제든 일자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직업이 아니라 직장 또는 일자리 개념으로 생각합니다.
아내는 이런 제 생각이 이해가 되지 않나봅니다. 제가 직장을 옮기겠다는 말을 꺼낼 때마다 그렇게 자주 직장을 옮기다가는 아무데도 갈 데가 없을 거라고, 그래도 한 직장에 1년은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고 똑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물론 저 스스로도 삶에 대한 애착이 너무 없는 건 아닌가(그렇다고 삶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니고 삶의 궤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지나치게 편협한 직업관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그래도 저는 지난 2년여 직장생활에 큰 불만이 없습니다. 많은 돈을 벌지 못하는 만큼 스트레스도 적습니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제 편협한 직업관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아내인데 아직도 그걸 잘 모릅니다ㅠㅠ) 지금의 일자리가 여러 가지로 맞지 않아 옮기고 싶지만 아내가 반대하니 조금 더 버텨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아무리 싫어해도 저는 조금 더 편하고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 계속 일자리를 옮길 생각입니다. 항상 공급이 넘쳐 언제든 사람을 교체할 수 있는 인력파견업체 소속 노동자인 제가 선택한 처세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