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많은 편인데도 스팀잇 포스팅을 자주 하지는 못한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편하게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언제부터인가 밖에서 만나는 사람도 없고 특별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머릿속에 잔뜩 들어있어서 계속 풀어놓을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추억들도 막상 글로 옮기려니 마땅치가 않다. 그야말로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이다.
사실 ‘무엇을 쓸 것인가’는 이십여 년 전에도 고민한 적이 있었던 문제다. 90년대 해외에서는 소련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몰락하고 국내에서는 문민정부가 출범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싸워야 할 대상이 사라져버린 상황이었다. 그 시기에 문학계에서도 정신적 혼란과 변화를 겪었다. 문학이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현실 참여’의 목소리 대신에 ‘인간 내면의 탐구’나 ‘포스트모더니즘’ 쪽으로 흘러갔다.
많은 문학도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던 ‘무엇을 쓸 것인가’와 ‘어떻게 쓸 것인가’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의 문제였는데, 사실 ‘내용과 형식’이라는 두 측면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무엇을 쓸 것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는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결국 소설 쓰기를 포기했다. 어쩌면 재능이 없음을 일찍 깨달았거나 꾸준히 노력할 자신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이유일 것이다.
스팀잇에 ‘무엇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문득 꾸준히 포스팅할 주제가 떠올랐다. 여러 스티미언 분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나 관심 분야에 대한 글을 연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문학을 전공했고 소설 읽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근현대소설을 선정해 소개하는 포스팅을 연재할까 한다. 2000년대 후반 문학전문출판사에서 <한국문학전집>이나 <20세기한국소설> 같은 문학전집이 새롭게 발간되었다. 사실 문학 지망생 시절에도 문학전집을 읽은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미처 못 읽었던 소설을 읽을 기회가 되고 스티미언 분들에게 주옥같은 한국 근현대소설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우 ‘무엇을 쓸 것인가’를 생각했으니 ‘어떻게 쓸 것인가’는 문학전집을 구매한 다음에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