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있는 그림 한점을 몇 해 동안 옷을 입혀주지
못했습니다
시골 고향집에 걸어두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오래되서 액자가 벌어져 참아 다시 걸어 둘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장비를 사용해서 마디 마디 연결된 철사 제거 하고
나무 판넬과 액자틀을 조심 스럽게 벚겨냈습니다.
다행히 유화라 오랜 세월에도 그대로 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그런 저의 모습에
저것이 뭣이간데 저리 애쓰며 가져가려는지 모르겠다고 한마디씩 던집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제가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 보셨죠.
사춘기를 부모와 떨어져 서울 생활을 했습니다.
대담한 부모님덕에 사춘기를 받아줄 이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하라고
보내셨지만 부흥하지 못했지요.^^
같이 사는 십년차이 언니는 반강제로 동생을 돌봐야 했지요.
공부는 다 내려 놨지만 오로지 미술 시간에는
엄청나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접해본 생소한 오일 페인팅
최소의 비용으로 구입했던 기름과, 물감, 붓
그래도 제일 재미있게 능동적으로
수업했지요
오로지 그 시간만은 저를 표현하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나 봅니다. 점수도 잘 나오고
교내 행사에 전시까지 했습니다.
그 덕에 처음으로 액자까지 맞췄습니다.ㅎ
아버지의 죽음과 맞물려 다시 제 손에 돌아온 옛 친구 입니다.
내가 번 돈으로 새옷으로 입혀주고 싶었습니다.
새로 이사한 회사 건물 근처에 마침 화랑이 있어서
방문했는데 화랑 이름이 당시 그 그림을 그렸던 제 모교 이름과 같아서 웃었네요.
액자 가격이 궁금하여
퇴근길에 그냥 찾아 갔습니다.
사장님 하시는 말씀이
그림도 없이 오면 안된다 그림을 봐야 어떤 액자로
할것인지 정할 수 있고 가격대를 알 수 있다.
그림에 가치에 맞게 액자를 하는게 맞다시면
서 약간은 시큰둥하게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약간 위축 되어 별것 아닌 그림을 괜한 짓을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다음에 그림을 가져올 때는 이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좀 신경쓰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림이 허접해도 사람이라도 허접해 보이지 않도록 ㅎㅎ
이틀 뒤 다시 찾아갔습니다.
시간도 없고 생각없이 출근길에 휙 들고 나온터라
입술도 안바른 거진 쌩얼에 걍 갔어요.
오후에 들렀으니 좀 찍어 바르고 가야했지만
시간이 아까워서 그냥 퇴근 길에 들렀습니다.
머릴 앞가르마를 하고 가니 못 알아보셔서
왔다간 설명 드리고 그림을 드렸습니다.
틀이 너무 낡아 보일까봐 어릴때 그린거라고
짧게 전달을 했지요.
예술의 전당에 전시하는 작품이나 작가들
작품을 많이 취급 하는 곳이라 제가 들고간 그림이 참 없어 보였습니다.ㅎㅎ
조용히 그림을 보시더니 들고 보고 가까이 보고
솜씨가 좋다며 색을 이렇게 쓰는 사람들이 별로 없답니다.
모사품이어도 그리는 게 다르다네요.
자기색을 찾아서 욕심을 내려놓고 그려야 하는데
대중성과 경쟁을 목적으로 하는 작가들은 본연의 색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랍니다.
흔들리지 않는 본연의 모습
타인과 다른 개성을 보여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연을 하셨습니다.
붓 잡아 보려고 준비중이라고 하니
앉혀놓고 몇 마디 조언을 해주고 싶어 하셨습니다.
예순 둘 드신 사장님께선 젊은 시절 부터 해오신 업으로 작업장까지 따로 두시고 크게 운영 중이셨습니다.
절 선생님으로 부르시며 본인은 그림 전공자는
아니지만 수 많은 작품을 만지게 되어 안목은 기르게 되었고 딱 봐서 아닌 그림은 아무 말씀 안하는 사람이라며 소질이 너무 아까워서 아끼는 내용
누가 돈줘도 안해주는 이야기를 해줄거랍니다.
작게는 동네 문화 센터에 그림을 배우러 다니면서
저와 맞는 선생을 고르라고 합니다.
한 작가 밑에서만 있으면 좋지 않다고 하고
본인 아래서만 크길 원하는 작가하고는 절대
같이 하지 마랍니다.
그림 안에서도 서로 잘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최고다 하는 사람하고는 절대 같이 가지말고 선생님을 여럿 모실 마음으로 하랍니다.
그 길이 가르치는 선생도 좋고 제자도 좋은 길이랍니다.
어느 정도 그림을 익힌 다음
컬러감각은 그 분야 전문가에게
배우랍니다.
다음에 본인 찾아오면 알려 주신다며
작가들도 아이디어 짜내다 안되면 사장님 찾아 오신다네요.요즘은 재료 싸움이라며
다양하게 소재를 찾아서 해보랍니다.
대회 상받기 위한 목적 보다 본인의 개성을
찾는 게 중요하며 세력에 밀려 큰상은
못받아도 작은 상은 받을 수 있다시며
너무 연연하지 말고 쭉 이어가랍니다.
그러다 보면 좋아 하는 층이 생길 수 있고
대회보다 개성을 살리는 그림을 그리라며
소질없이 시작한 사람들의 그림은 한계가 있고
소질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아주 작은 팁하나를
던져줘도 열가지를 이해를 한다며
설명을 듣는 제모습이 자꾸 말을 하게 만든 다네요.
한 시간을 대화를 했습니다.
시간을 뺏은 부분에 대해 미안해 하셨지만
전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전하신 말씀 다 올리진 못했지만 그렇게 자세하게 길을 알려준 사람은 처음 만나 봤습니다.
제 그림을 실물로 보여준적도 처음인데
생각도 못한 칭찬과 설명은 저를 힐링 시켜 주셨습니다.ㅎㅎ
미술 분야 전문가가 보신다면 웃으실지 모르겠으나 그냥 슬램덩크 강백호 처럼 양 귀를 접고
잠시 즐거워 하렵니다. ㅎ
돈 많이 벌기로 다시 다짐합니다.
액자 가격이 아주 비싸군요.
미술재료가 비싼걸 알았지만 액자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사장님께서 알아서 조금 저렴하게 해준다고
하시네요. 첨엔 시큰둥 하셨는데 ㅎ
현재 나이보다 십년 넘게 젊게 보셔서
어제 구름 타고 다닌 듯 했네요.
사춘기를 거울도 보기 싫어하며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정말 이쁘게 잘 자랐다고
칭찬해주고 싶네요.
화랑 사장님과의 대화는
"너 잘 견뎌왔다.잘했다."
토닥 토닥거리는 위로를 받은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