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커피값은 아무리 저렴해도 부담되기 마련이다.
여러 이유로 하루에 아메리카노는 2잔, 믹스커피는 4잔 정도 마시게 되는 데,
아메리카노 1잔값이 믹스커피 4잔 값보다 더 비싸지 싶다.
한 때는 원두가루를 사다가
직접 내려 먹기도 하였다.
번거로운 일에 비해 맛은 그리 탐탁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
확실히 카페에서 고온고압으로 추출해주는
그 맛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매일 사먹을 수는 없는 터,
우연히 1회용 핸드드립커피를 접하게 되었다.
커피를 내리는 것보다는 훨씬 간편하다.
종이티백을 컵에다 걸치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끝이다.
맛도 나쁘지 않다.
물론 여전히 믹스커피보다는 비싸지만
하루 두 잔, 한달에 약 15,000원의 비용이라면
충분히 내 주머니 사정으로도 호사를 누릴 수 있는 듯 하다.
오늘 문득 평소와 다름없이
1회용 핸드드립 커피에 물을 내리다보니
매일같이 이 놈은
나를 위해서 거의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을 견디고,
그 안의 가루 원두들은 그렇게 자신을 희생해 가며
나에게 담백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하니
그 1회용 핸드드립 커피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커피 한잔도 그 뜨거운 물을 견뎌가며
나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니...
생각해 보면
굳이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는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너무나 당연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생각을
그 1회용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며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지난 한 해 그 커피의 덕을 많이 본 셈이다.
아마 돌아오는 해에도 나는
한달 15,000원으로 한달내내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