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 거의 가사를 5:5로 분담해서 하다보니, 빠르고 간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에 홈쇼핑표 식단을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홈쇼핑표 볶음밥, 스테이크, 설렁탕... 그리고 이번엔 사골 도가니탕... 아침에는 주문한 사골 도가니탕이 도착했다고 왠일로 밥까지 주더군여... 이름있는 식당의 개운한 국물맛은 아니고, 왠지 예전에 한참 문제가 되었던 프림탄 사골국물맛이 났지만, 마나님의 안목에 감히 거스리지 않기 위해 맛있다는 표현을 연거푸 했습니다.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셨는지 친히 도가니까지 넣어 주시더군요... 그렇게 약 25끼? 분량이 아이스박스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사진은 본문과 관련이 없습니다^^;)
주말임에도 마나님께서 일을 하시는 관계로 저는 아침에 먹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홈쇼핑표 사골 도가니탕을 또 먹기로 하였습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국물은 많은 데, 건더기(?)가 어디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기야, 사골국물은 있는 데, 건더기는 어딨어?"
"자기는 국물만 먹어, 건더기는 애 주게..."
"뭐? 헐... 나도 도가니 먹고 싶은데..."
"아님, 라면 끓여먹든지..."
"...."
국물은 많은 데, 도가니는 몇 개 없어 우리 하나밖에 없는 따님 먹이겠다고 어디다 고이 보관하신 모양입니다. 남편도 하나 뿐인데... ㅠㅠ 결국 냉장고를 뒤져 언제 산지도 기억이 안나는 냉동만두 몇 개를 넣어 찬밥에 말아 먹었습니다...
"아... 나도 입인데... ㅠㅠ"
울컥한 마음에 바로 옆동네에 사시는 어머니에게 신세한탄전화를 했습니다. 비록 밥은 먹었지만 어머님께서 사랑스러운 아들을 위해 맛있는 밥을 차려주실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전화로 고자질을 했습니다. 엄니 말씀하시길...
"야... 그걸 왜 네가 먹냐... 애 먹여야지... 넌 배나 집어 넣어!"
"헐..."
사실 아들만 둘 키우시던 어머님께 손녀딸은 그야말로 보물 그 자체였습니다. 그 잘난 손녀딸이 한국무용까지 하니... 대회 나가 사진이라도 보내드리면 온 동네방네 손녀 자랑하시느라 끼니도 거르실 정도의 어머님께... 아들은 이미... 먼 세상 사람인가 봅니다. 아들도 필요없고 손녀딸만 저렇게 예뻐하시니... 요즘엔 더욱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존재 의미를 생각해 볼 때가 많습니다.
결국 도가니를 맛보려면 나중에 딸이 도가니를 먹을 때, 옆에서 하나 얻어먹든지... 아니면 딸을 꼬셔서 도가니 맛 없다고 해야, 남은 도가니는 제 차지가 될 듯 합니다... 이도저도 안되면, 결국 저도 비장의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습니다.
비장의 카드... 정말로 비밀스럽게 감춰둔 저만의 비자금 카드... ㅋㅋ
그 카드로 내일 유명한 식당에 가서 도가니탕을 시켜 먹을 겁니다... ㅋㅋ 나도 다 먹고 살 방법은 마련했다구요... 아내님! 그리고 어머님...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