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모녀싸움... 아빠는 그저 장식품일 뿐

steemitkr(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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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평소와 다름없는 늦은 퇴근을 하니 늘 그랬던 것처럼 아내는 딸을 공부시키고 있습니다. 딸은 학교가 끝나면 잠깐 숙제를 하다가 무용학원에 가서 10:30정도 되면 귀가하는 데, 그리고 나서는 학교공부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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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시간이 제겐 고통의 시간입니다. 무용학원에서 있는 힘을 다 빼고 온 딸이 집에 오자마자 다시 책상에 앉아 엄마의 감독을 받아야 하니, 짜증이 나기도 하겠지요. 그래서 엄마의 말에 퉁명스럽게 대꾸라도 하면, 마나님께서는 바로 응징의 고성이 날아가게 됩니다. 국악고를 준비하는 딸은 무용실력과 성적을 둘 다 잡아야 하기 때문에, 또래 애들이 노는 시간에도 공부를 해야 간신히 성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딸의 짜증과 마나님의 고성을 옆에서 지켜봐야하는 제겐 그 시간이 참 괴롭기만하지요. 딸도 안스럽고, 그렇게 해야만하는 마나님도 이해되고...

아무리 모녀지간에 싸워도 밤 12시가 넘으면 얼추 그 날의 공부가 마무리되고 모녀는 언제 으르렁거렸냐는 듯이 다시 죽고 못사는 사이가 되는 데, 어제는 따님이 완전 중2 히스테릭을 있는대로 부린 모양입니다. 공부가 끝난 뒤에도 마나님의 노여움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더니, 급기야 방에서 이불을 가지고 나와 거실에서 자겠다는 것입니다.

저희 부부"도" 각 방을 사용합니다. 안방은 아직도 엄마 옆에 자고 싶어하는 중2딸과 그런 딸을 옆에 데리고 자고 싶어하는 엄마가 차지하고, 원래 딸 방이 되어야하는 안방옆 작은 방은 제 서재 겸 방이 되어버렸습니다. 워낙 저는 밤늦게까지 교재 연구를 하고, 여러 글을 쓰는 편이라 개인적으로 부부가 각 방을 쓰는 것이 편하긴 합니다^^ 그래도 애정전선에는 이상없으니까요 ㅋㅋ

암튼 아내가 이불을 갖고 나와 거실 쇼파에서 자는 건 우리 부부생활 17년만의 처음있는 일입니다. 아무리 부부싸움을 해도 잠은 방에서 자던 마나님이 어제는 딸과의 전쟁 후 거실로 나와버린 것입니다. 저는 그러지 말고 차라리 내 방(?)에서 자자~ 그랬더니 날아오는 것은 날카로운 외마디... 불이나 끄고 들어가셔!

특히 요즘엔 환절기라 잘 때는 창문을 꼭 닫고 자야합니다. 결국 저는 거실의 모든 문과 창문을 꼭꼭 닫아주고, 마지못해 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한 두시간 정도 작업을 하다가, 혹시나 하고 거실로 나왔더니... 여전히 마나님께서는 쇼파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신혼의 힘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마나님을 번쩍 들어 방으로 데려다 주려했더니... 그냥 들어가 자라는 말씀만 남기시고는 마나님은 그냥 거실에서 주무십니다.

작년까지만해도 모녀지간에 싸움이 나면 그래도 저는 마나님편을 들어 딸을 혼냈습니다. 근데... 그럴수록 마나님은 오히려 제게 화를 내는 것입니다. 아니 자기 도와주려고 편들어주었는 데, 왜 결국 욕은 내가 먹어야 하나... 그 후 깊은 깨달음이 생겼습니다. 마나님께서 딸을 혼낼 때는 그저 옆에서 조용히 찌그러져있자... 그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요즘 아빠라는 타이틀은 눈이 있어도 못본척, 귀가 있어도 못들은척, 입이 있어도 꾸욱 다물고 그저 주는 밥에 시키는 일이나 잘해야 식구들 눈총받지 않고 사는 듯 합니다. 뭐 처음에는 뭐 이런 경우가 있어... 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래 아빠는 집안의 큰 일에만 관여하고, 중소 가정사에는 그저 관망하는 자리야... 라는 생각을 하니... 뭐 명분도 생기고, 그 후에는 욕먹을 일도 별로 안생깁니다 ㅋㅋ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지요. 다만 엄마를 믿고 그저 묵묵히 따라주는 것도 아빠의 또 다른 사랑이 아닌가 싶어, 오늘도 저는 그저 장식품처럼, 하지만 언제든지 기대어 줄 수 있는 가족들 옆에 대기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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