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94세 아버지 60세 억척 효녀 딸 - 글쓴이 노자규

고집불통 94세 아버지 60세 억척 효녀 딸
전남 완도에 아버지는 30여 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가 되었고
딸 역시 13년 전 사별하고 혼자가 되었다
오로지 딸의 이름으로 아버지 곁을 묵묵히 지키며 산다
마음 같아선 한집에 살며 챙겨드리고 싶지만 혼자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아버지 뜻을 꺽을수 없어 윗집에 살며 보필하고 있다
추운 날에도 단아한 모습으로 앉아 오래된 주름 마주하고 마루에서
종일 붓글씨만 쓰는 아버지가 행여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매일 자기 집 아궁이불에 숯불을 담아 마루에 화롯불 놓아드리며
지저분한 방청소 반찬도 준비하는 그런 효녀 딸입니다
그 화롯불 앞에 아버지 두발을 들어 쬐어줍니다
보일러 켜자는 딸과 얼어 죽어도 안된다는 아버지
돈을 못 벌면 절약이라도 해야 한다며 산을 배고 누운 아버지
아버지는 더 이상 강한 남자가 아니다
저러다 감기들면 그돈 보다 더들건데... 아버지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친 눈 비비며 열리는 아침 막 낳은 달걀을 보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아버지 집에 놓아둔 내 마음이 늘 허기진 목마름으로 아버지 곁을 맴돌기에
서둘러 아침 드시기 전에 계란이라도 챙겨드리려 서둘러간다
아버지가 우거짓국을 넣어 직접 국을 긇여 드신다
간이라도 맞나 싶어 살짝 국물 맛을 보니 달짝지근한 게 영락없는 설탕국이다
“맛이 왜 이래“란 말에 역정을 내신다
이쁘다가도 밉고 밉다가도 이쁜 우리 아버지
“아버지 나 일하러 갔다 올라니께 “
올 때 맛난것 사 온다며 집을 나서는 딸을 말없이 안경 넘어 물끄러니 바라보기만 한다
매생이 양식장에 일당 벌러 가는 중이다
물밑에서 걷어 올리며
“부들부들하니 울 아버지 잘 잡수겠네 “란 말이 절로 나온다
그 힘들고 고된 와중에도 딸은 아버지 걱정뿐이다
“내복도 사드리고 ”
“맛난 것도 사드리고 ”
옆에선 남자같이 억척같은 딸을 보고 좋은 사람 만나게 화장도 하고 살라고 한다
“난 울 아버지가 150살까지 산다 했었니 울 아버지랑 그리 살라요 “
“딸바보가 아니라 아버지 바보인 딸”
그런 딸 마음도 모르는 아버진 매일 12:00시를 기다리는 게 낙이다
5.4.3.2.1 땡 하면 아버지 입가에 엷게 번지는 미소 하루 한번 약주 한잔 하는
시간이 아버지에게 금이다
시간 사이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을 아신다 술 한잔에 하루를
백 년같이 살아내는 우리 아버지
힘들게 일한 딸이 10만 원 일당중 5만 원을 아버지에게 준다
오만원에 기분이 좋아진 아버진 오만원을 이마에 붙이고
“나그네 설움”을 구성지게 읆으대니
아버지에 신명에 딸도 목청놓아 이밤을 노래한다
노래가락에 목이 칼칼해진 아버진 며느리가 사줬다고
꽁꽁 숨긴 홍삼진액을 꼴꼴꼴~ 혼자 드신다
“나도 하나 주보쇼”
말하는 딸에게 야박하게 소리친다
“내 아버지도 독자”
“나도 도자”
“아들도 독자” 그 소리 하시곤 냅따 병을 입가에 쏟아 부어신다
아버지는 애지중지 아들뿐이다
딸은 시집가면 필요 없고 아들과 며느리가최고란다
가까이서 보필하는 딸은 늘 찬반 신세니 그 서운한 맘 일상이 된지 오래다
그래도 저녁 찬거리 걱정에 어젯밤에 내린 통발을 걷으러 간다
“올라온다”
"울 아버지 좋아하는 낙지다"
한껏 소리치며
"이것 잡수고 기력이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그런 딸이다-
"그래서 자식들이 고생한다며 뭍에 가서 같이 살자고 해도
홀로 남겨질 아버지 걱정에 그러지도 못하는 그런 딸이다-
아버지가 기뻐할걸 미리 생각하니 힘듬이 어딜 가고 없다
몸보신 시켜 드릴 낚지볶음과 회를 뜨서 상에 올린다
“미쳐 미쳐”
“달다달다 “하며 연신 입가 주름 사이사이 흐뭇함이 스며든다
딸은 아버지 입에 아버진 딸 입에 한점식 서로 먹여준다
잘 잡수는 아버지가 좋고
그런 아버지를 바라볼 수 있음에 고단한 오늘도 미소로 마감할 수
있는 하루가 감사할 뿐인 딸
오늘은 엄마의 제삿날 아버지는 벌써 아들을 기다리려 동구밖을 나선다
아버지는 아들이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못 온다는 며느리 말에
서운해하는 아버지 힘든 아들의 사정을 며느리를 통해 듣고는 부둥켜안고
며느리와 아버지는 눈물을 보인다
제사때 늘 뒤돌아서있든 아버지가 술한잔 붇고 나선다
"임자"
하늘나라에서 잘 있는가 당신 잘 있으면 우리 아들
잘살게 좀 해주소 “하며 거든다
며느리는 복 받혀 오르는 눈물을 훔친다
통곡의 밤이 따로 없다
빚 독촉 전화를 받는 며느리를 보고 아버지는 평생 보일러 한번 때지 않고 모은 돈
이백만 원을 건네준다
“이게 5년 모은 돈이 여” 하며 아이들 데리고 열심히 살거라
다음날
한 짐 가득 실어 보내며 손자랑 며느리랑 서로 인사를 한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에 볼에 뽀뽀를 한다
아버진 좋다
고쟁이 속 내것 다 내어주어도 그저 자식 앞에선 그래도 좋은 것이다
늘 구박만 하고 고생만 시키는딸 걱정은 안 한다며 아들 걱정만
하는아버지를 원망해본다
듣기싫어선지 "오지마" "니집가랑께"
뭘 해도 뒤전인 딸 “좋아했든 자식보다 미워했든 자식이 효도한데요“
소리친다 부모 걱정하는 내 맘 몰라주고 돈한푼없이
”나이들어 턱 아프기 라도 하면 어쩌시려구“
아들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너무 야속하기만 하다 아들 챙긴다고
엄마의 임종조차 못 보셔 놓고
90 넘어서도 오로지 아들뿐인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다음날
한 짐 가득 실어 보내며 손자와 며느리랑 작별 인사를 한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에 볼에 뽀뽀를 한다
아버진 좋다 고쟁이 속 내것 다 내어주어도 그저 자식 앞에선
그래도 좋은 것이다
가락가락 찢어진 마음을 안고 오늘 엄마의 산소를 찾는다
내 맘에는 늘 채워져 있다
아버지가 있어야 할 자리가 ‥
하지만 딸이라 아버지 마음을 얻지 못하니 엄마에게 온갖 푸념 늘어놓고
아버지 원망 몆자락 쏟아내면 속이 후련해 지려나 싶어 오르는길
“사랑할수록 외로움은 깊다더니만...” 힘들어진다 내가 그리고 이 삶이~
그래도 걱정이 되어 시린 까만 밤 내가 힘든 만큼 아버지도 힘들어질 터
“말자” “말자” 아버지로 인해 적절히 비워져 있는 내 삶
혼자 주무시고 계실 아버지가 걱정되어 들러본다
아버지 방에 가보니 빈 냉골방에 홀로 주무시는 아버지에게 양말을 신겨드린다
"차가운 입김 닿는 곳에 머무는 이 애틋함"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이 마음"
돌아와선 딸도 보일러를 끄고 잠을 청한다
“스스로 길을 내어 짊어진 이 고단한 일상 ”
우편물에 건강검진 통지서가 와있다.
딸은 아버지께 검사 받자고 보챈다. 아버지는 찢어 버리고 안 가신다며
“다 늙어 오래 살겠다고 가면 욕한다며” 가자는 딸에게 역정을 내고 나선다
“사는 날까지 살다 가면 그만이지”
딸도 고집 센 아버지가 미워 “나도 다신 안 올라요 “ 속내 몰라주는 아버지를 향해
악다구니 피우며 자기 집으로 나선다.
바닥까지 내보인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아버지
하리만큼 차오른 바위섬 위로 휘감고 내리는 파도를 얼싸안고 버티는 방파재뚝
꼭내맘 같기만하다
몇칠 동안 오지 않는 딸
어느 날 나가보니 딸은 안 보이고 불씨 좋게 지펴 놓은 화덕만 보인다
답답하기만 한 아버진 혼잣말로 넋두리 하신다
“나이 많이 먹어가지고 내가 왜 고집을 피웠을까이”
”내가 누구 의지하고 사는데”
“니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이 “
답답하기는 딸도 마찬가지다
큰언니에게 전화를 한다. “언니가 가서 아버지 좀 돌봐 드리소" 라고
두어날 지나니 아버지가 딸의 집으로 올라오신다
마당을 쓸며 모른 척하는 딸, 대문 옆에 앉았다. “ 바람이 살랑하네” 하며
종종걸음으로 실없이 가버리는 아버지, 그렇게 실없는 바람과 멍한구름이
아버지와 딸사이에 머뭅니다
집으로 온 아버지는 딸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 편지에 진심을 담아 딸을 찾아갑니다
고바위 집이라 숨을 헉헉거리며 발걸움 멈추곤 내땁 소리친다
“아야”
“이리 나와보라니께” 딸을 보자마자 휜봉투 하나 던지듯 전하곤 돌아서는 아버지
딸은 방에 들어와 그 편지를 읽습니다
~사랑하는 딸 복희 보아라~
90된 노인이 짧은 편지에 온 마음을 담았을것을 생각하니 지나온 일에 송구함이 내려선다
“내 빈속 채우려고 속엣말 채근한 몸짓들이”
“아버지로 살아낸 그 고단한 일상앞에 앉은 무게 내 어찌 알고..”
“그 인생 여백 머리 끝인들 잡아본 적 없는 내가....”
그 감정의 결을 어찌 알 수 있어랴
내 마음의 빗장을 연다
“역시 울 아버지가 날 사랑하고 있구나”
스스로 멍든 하늘을 올려다 보니 그만 내 맘 같아 아버지의 소리 없는 말에 눈물이 납니다
다음날 아침 동네 언니랑 산행을 하러 갑니다
아버지께 드릴 약초를 캐드릴 마음인 것이다
바람은 언덕에 머물고 향기는 하늘에 오르는 오후
고사목들이 첩첩이 서있는 산마루를 오라다 보니
“아이고야”소리가 절로 난다
“우리 아버지 보약 해드리려다가 나죽것네 “하면서도 억척같이 올라만 간다
와송부처손 도라지
화로에 약탕기를 올려 캐온 약초를 달이기 시작한다
밤새 빨대로 화로 불씨 피워가며 보약을 다린다
“울 아버지 이것 먹고 150세까지 살것네 “
부녀는 봄같은 화해를 하고 둘이 손잡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집을 나습니다
아버진 신이 났는 지 “오다가 장에 들러 맛난 것도 사 먹고 오자꾸나”
10년 만에 아버지와 딸은 데이트를 합니다
해 뜨는 아침 사이로 아버지와 딸은 “필요한 자리” 그 자리에 늘 있어주는
서로가 있어 행복하기만합니다.

(출처 : MBN 휴먼다큐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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