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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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노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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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 추억을 파는 시골장터
씽씽한 생명력이 퍼득이고

구수함 인심
깎는 재미
덜 받는 재미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

세월에 무게가 느껴지는
봇따리 따라
정이 넘치는 덤까지
양손은 정과 인심으로 묵직합니다

시장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서
위로를 받는 여기가
아버지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어둠이 걷히면 제색이 드러나는 하늘

새벽부터 아침까진 연탄배달
오후부턴 채소를 파시는
스스로 짊어진 고단한 하루의 기억으로 사시는 제 아버지였습니다

웅덩이에 물고이듯
질퍽거리는 시장 바닥에서
세상을 다 보내신 저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 창문처럼 웃으시며
고단한 하루가 데리고 온 그 세월을
살다가신 내 아버지에게

평생 짊어줘도 못 다 질...
아니 죽어서도 지고 갈아야....

내 속에
못 견딜 긴 사무침에
목이 메어와
고해성사 하려 합니다

어릴 적에 저는
제 아버지를 창피해 했었습니다

얼굴엔 화상 자국
살이 타 들어가 다리까지 저는
아버지라 그랬든것 같습니다

친구들이랑 길을 가다
아버지와 마주치면 못 본 척 고개를 숙이고 가고
연탄 리어카로
언덕길을 올라가는 아버지를
친구들이 뒤에서 밀어줄 때
나는 다른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와버리기도 했습니다

같이 아버지랑 밥먹는게 싫어
서둘러 학교가든날
도시락을 안 가져간 아들이 안쓰러워
교실로 찾아와 두리번거리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나는
얼른 그자리를 피해 버렸습니다
화장실에 머물다
한참이 지난 다음에 교실로 와보니
도시락이 책상에 없었습니다
집에 왔더니
내 책상에 놓여있는 도시락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학교를 잘 못 찾아서
그냥 가져왔다며 오면 먹이라며
두고 가더라”

누구 아버지라 하면
창피해질 아들을 위해
“마음에 배”를 불려주신 것을
그땐 몰랐습니다

내 아버지를 친구에게 들키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만 했을 뿐

졸업식 때도 엄마랑 누나만 왔습니다
사진 찍느라 앞을 보는 순간
저 멀리
학교 정문 후미진 곳에서계시는
아버지를 봤습니다
말 없는 묵언을 친구 삼은 아버지는
늘 흙먼지 가득한 홀로 가는 그길로 뒤돌아 가셨지요

비 맞고 집으로 오든 날
내일 입고 갈 교복이
다 젖어 마루에 걸어놓았는데
밤새 부뚜막에 쭈구리고 앉아
서두름 없는 침묵으로
말려주신 교복을 구겨졌다며
짜증 부리곤 운동회 연습한다고
체육복 차림으로 학교에 가버렸지요

군에 가든 날엔
정류장에서 어머니가 배웅을 나오셨다
멀리서 걸어오는 아버지 모습에 인사도 없이 버스에 올랐다
옆에 있는
여자친구에게 창피해서였습니다

나의 행동은 물감 번지듯 아버지를
늘 그렇게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걸어 잠근 내 마음 때문에
세월을 흘러보내지 못한
아버지의 마음은 밤도 낮도 아닌
길 위에 그렇게 있었습니다

“늘 한없는 기다림만으로
살아가신 내 아버지“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어져
억지로 숨 쉬는 아버지의 하늘이 그렇게 힘들 거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군에 입대 후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 사실이 들려왔습니다
눈물만 훔치시는 어머니께서

너 그렇게
말없이 군에 간 뒤 속상하신지
집 앞 가게에서 술 한잔 하시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걸음이 느려 뺑소니차에 치이고 말았다고‥

낮엔 손에 까만 연탄가루가
저녁엔 흙에 맨살을 그을린
그 시린손
한번 따뜻하게 잡아드리지 못한
아버지를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드리고
말았습니다

유품을 정리하다 늘 입고 다니셨든
가난의 바닥을 베어문
잠바 안주머니에
종이 한장이 있더군요

사고 나기 전
아버지와 단 둘이 찍은 빛바랜 사진을
얼마나 가슴속에 품고 사셨는지
헤어져 너덜너덜해진 흑백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가슴에
못 박는말만 했던 아들을‥

창피해서 내 아버지 아니길 바랬든 마음뿐이었던 이 못난 아들을‥

늘 외면만 주었든 이 못난 아들을‥

잃어버린 것들이 만들어준 울음에
지친 내 어깨를 감사 안으며
어머니께서는
가슴속 깊이 묻어둔
아프고 휘어진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셨습니다

네 아버지가
이 세상에 안 계시니 하신다는
그 말씀은
절대 아버지 죽기 전엔
자식 마음 아플걸 생각해
말하지 못하게 하신 거라면서....

네가 4살 때
난로가 넘어져 집에 불이 났단다
엄마는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너를 구하러 그 불길 속으로
말리는 경찰관들을 뒤로하고
아버지가 들어가 너를 이불로
몸말아서 창문으로 던져내고
미처 못 나오는 바람에 얼굴이며 다리에 화상을 입은 거라고...

연탄가루 묻은 손을
흙묻은 맨살을
더럽다 외면했든
자신이 죽이고 싶도록 미워졌습니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 아픈 조각을 빼고
상처를 어루만져 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아버지를 창피하다
평생을 마음 아프게 해드린
못난 자식놈

살아서 고독해진 그 몸으로
자식 위해
세상의 고달픔 다 짊어진 아버지께

단 한 번도
고맙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자라면서도....

단 한 번이라도
아버질 기다려본 적 없는 내가
기다리는 일만큼 가슴 아리는 일이 없다는 걸 알지 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저를 꽃이 되게 해주신 내 아버지"

당신의 외로운 눈빛을
힘겨운 뒤 모습을

나의 어리석음이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수백 번
수천 번
마음에 두레박줄 아무리 내려도
천년벽을 살다간
아버지 깊은 마음에
닿을 수없다는 걸 ‥

-당부의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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